〈제4보〉(29~42)=조치훈의 대국철학은 '목숨을 걸고 둔다'는 한 마디로 압축된다. 그의 자서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바둑을 떠난 나는 한 푼의 가치도 없다. 바둑은 내가 살아 있다는 증빙이다. 바보 같은 수로 패할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그에게 대국은 삶을 위한 투쟁이다. 자신의 머리를 때리고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지옥 같은 초읽기 속을 유영하는 그의 모습이야말로 프로페셔널리즘의 표상이다.

일단 29의 보강은 불가피하다. 참고1도 1의 버팀은 어떻게 변화해도 흑의 무리. 결국 30으로 하변 관통에 성공했다. 하지만 흑도 31로 끊는 수순이 돌아가 불만이 없다. 7분을 쓴 32도 강수이자 호착. 흑 33으로 참고2도 1이면 백은 4까지 정비한다. 또 참고3도 1에는 6까지 하변을 내주는 대신 중앙을 장악하게 된다.

37까지 격렬했던 전투가 일단락됐다. 흑은 우변과 하변을 알뜰하게 챙겼고, 백은 하변을 뚫고 중앙 발언권을 확보했다. 40, 42도 지극히 당연한 정비. 모두들 그렇게 봤다. 하지만 이 수가 패착이었다는 주장이 나왔으니 바둑이란 얼마나 어려운 게임인가. 설명은 다음 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