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는 희망을 전달하는 얼굴없는 천사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동화에 나오는 '키다리 아저씨' 처럼 숨어서 남을 도와주는 천사같은 존재다.

추석을 앞둔 올해도 어김없이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났다.

그는 지난 2일 오후 4시 수성구민운동장에 10㎏ 짜리 쌀 1000포를 트럭에 싣고 나타났다. 시가로 치면 한 포에 2만2500원으로, 총 2250만원에 이른다. 수성구청은 '키다리 아저씨'가 싣고온 쌀들을 동주민센터를 통해 양로원과 복지시설 등 어려운 이웃에 나눠 주었다.

희망의 '키다리 아저씨'가 수성구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6년전. 20㎏짜리 쌀 500포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전달해 달라며 구청을 방문한 것. 당시 구청 직원이 '키다리 아저씨'의 선행을 알리려 했지만 한사코 이름은 밝히지 말라며 간곡한 부탁을 해 지금까지 이름을 숨긴채 단지 '키다리 아저씨'라고만 불리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 '키다리 아저씨'의 키는 그 또래의 평균 키보다 약간 적다고 한다.

수성구청이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정보는 나이가 89세인 노령이고, 6·25전쟁으로 부산에서 잠시 머물다 대구에 정착해 삶의 터전을 마련해 양복지 도매상을 했다는 것 정도다.

'키다리 아저씨'가 이같은 선행을 베풀게 된 것은 10년전 부인이 사망한 것이 결정적 계기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이제 남은 인생은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베풀며 살아가야겠다'며 매년 2000만원 정도의 쌀을 추석 전 수성구청에 보내주고 있다.

그의 선행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 구청 직원이 겨울에 홀로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걱정이 돼 연탄이라도 사서 드리고 싶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키다리 아저씨'는 선뜻 알아서 하라며 1000만원을 내놓았다. 그 돈은 어려운 이웃들의 난방비로 지원된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