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1, 2일 이틀 사이 45원 뛰어올라 달러당 1134원이 됐다. 3년10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정부가 "(외환시장의) 심리적 쏠림 현상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구두(口頭) 개입에 나섰지만 먹히지 않았다. 코스피지수도 이틀간 4% 넘게 떨어져 1400선에 간신히 걸려있다.

환율 급등(急騰)과 증시시장 급락의 배경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9월에 몰려있는 보유 채권의 만기가 되면 상환 자금을 모두 해외로 빼내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고,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진다는 것을 줄거리로 한 '9월 금융위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리라는 것이다. 기업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워왔던 몇몇 대기업과 건설업계의 자금위기설이 떠돌기 시작한 것은 더 오래 된 일이다.

우리 경제가 몇몇 가상(假想) 시나리오에 이렇게 맥없이 휘둘리는 것은 우리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 때문이다. 지금 성장률, 물가, 실업률, 국제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 모두가 심상치 않다. 성장률은 상반기 5.3%에서 하반기 4% 아래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를 넘보고 있다. 무역 수지(收支)도 8월 말까지 116억달러 적자를 냈다. 지난 7월엔 주식과 채권을 합친 외국인 투자자금이 96억달러나 빠져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단기외채가 크게 늘어나 우리나라가 8년 만에 순(純)채무국으로 돌아설 것이라고도 한다. 외환위기 직전 상황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바깥 상황도 심상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유가가 최근 110달러대로 떨어져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굴러가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미국도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도 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는 치솟는 '올림픽 후유증'을 겪고 있다. 우리 경제의 돌파구인 수출의 앞길도 험난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내부에서 경제난국을 헤쳐나갈 길을 여는 수밖에 없다. 당장 급한 것이 금융시장 안정이다. 자금난 소문에 휩싸여 있는 기업들은 적극적인 자구(自救)노력과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자금난 소문이 오해라면 그 오해를 확실하게 풀 수 있는 정보와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우리 내부의 불안요소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경기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부도 "우리 경제가 선방(善防)하고 있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지금은 정부와 기업이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책과 행동을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