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하는 최모(57)씨는 지난달 28일 벌초 대행업체로부터 "작업이 완료되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에 첨부된 사진 파일을 클릭하자, 잡초를 깎아 깔끔하게 정돈된 부모님 묘소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분묘 하나에 6만원씩, 총 12만원을 지불했지만 "벌초하다가 다칠 위험도 없고 서울에서 전남 무안까지 오가는 데 드는 기름값과 식사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익"이라고 최씨는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 대행업이 한창 대목이다. 갈수록 추석 명절 문화가 간소화되면서 조상 묘소 벌초도 "돈 주고 맡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각 지역 청년부 회원들을 중심으로 벌초 대행 사업을 하고 있는 농협에 따르면 2005년 1만3075기에 불과하던 벌초 대행 묘소 수는 매년 30%씩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2만1925기에 달했다. 농협중앙회는 올해 최소 2만5000기 이상 벌초대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묘지관리 대행 사업을 하고 있는 산림조합중앙회도 2004년 7932기이던 벌초 대행 건수가 올해는 최소 1만기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예 벌초대행을 주업으로 삼는 전문업체도 생겼다. 강대중(38·경남 창원)씨는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사는 분들의 부탁을 받고 묘소를 돌봐주다가 아예 벌초 대행업체를 차렸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 한 명과 함께 요즘 마산·창원·밀양 등지를 돌아다니며 매일 10여 기씩 벌초하고 있다.
하지만 벌초 대행이 유행하는 것을 안타깝게 보는 시선도 있다.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전북 익산의 할아버지 묘소를 벌초하고 왔다는 회사원 박지훈(32·서울 서대문구)씨는 "친척끼리 정을 나누는 기회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