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업계가 고(高)유가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 연료비 급증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들어 사라졌거나 사라질 항공사들이 세계적으로 30개가 넘는다. 대형 항공사들은 수익성이 나지 않는 노선 운항을 줄이고 비행기를 팔아 치우는 한편, 항공사 간 인수·합병으로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2003년 중국을 강타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이후 최대 위기라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6개 항공사 문닫아, 감원 태풍
"올해 들어 이미 항공사가 26개가 문을 닫았다. 연말까지 10개쯤 더 사라질 것 같다. 세계 항공업계 적자가 61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조반니 비시냐니 회장이 지난 20일 호주 회의에서 내놓은 전망이다. IATA에는 세계 항공편의 93%를 담당하는 230개 항공사가 가입해 있다.
세계 3위 항공사(여객수송 기준)인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 4~6월 동안 27억 달러(한화 2조7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결국 9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새로 유치하고, B737, B747 등 항공기 100여 대를 팔기로 했다. 미국 국내노선 운항도 16% 가량 줄인다. 내년 말까지 임직원 5만5000명 가운데 7000명을 내보낼 계획이다.
미국 항공운송협회(AATA)는 자국 항공사들이 내달 노동절 이후 대규모 감원에 들어가 올해 안으로 3만6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미국 항공업계의 직원 수는 41만명(6월 현재). 연말까지 전체의 12∼15%가 실업자 신세가 될 전망이다. 2001년 9·11 사태로 항공업계 직원의 25%가 일자리를 잃은 이후 최대 규모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항공사들이 고유가로 인해 운항 편수와 노선을 감축, 산업 규모가 2002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의 캐세이패시픽 항공도 올 상반기 6억6000만 홍콩달러(약 863억원)의 손실을 냈다. 캐세이패시픽 항공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유행했던 2003년 적자를 낸 이후 해마다 1조원대의 이익을 냈었다.
◆국내 항공업계 "1조 적자" 예상도
국내 항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항공이 올해 7000억~8000억원, 아시아나 항공이 2000억~3000억원 가량 적자를 볼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항공사 총비용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30~40% 가량. 국내 항공업계는 국제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연간 500억원 가량의 비용이 증가한다. 올 초 배럴당 110달러였던 항공유 가격이 한때 180달러를 돌파했고, 최근에도 13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상반기 매출 4조7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순손실 규모가 6144억원이나 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6배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달러화 급등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항공업계는 유류비를 달러로 지불하는 데다, 막대한 항공기 리스 비용도 달러로 돼 있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 항공업계의 부담은 300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솟는 비용과 비수기로 인한 여행객 감소에 따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을 계속 감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0년의 한·중·일 항공노선 개방을 노린 외국 항공사들이 국내 저가항공 시장에 '우회 진출'을 시도하는 등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대형 항공사 짝짓기
미국 3위 항공사인 델타항공, 5위인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두 회사 합병의 최대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조종사 간 공동 노동협약이 합의를 봤다. 두 항공사가 합병에 성공하면, 세계 최대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최근 오스트리아항공 민영화 입찰에 참여했다. 2005년 스위스항공을 합병한 데 이어 오스트리아항공까지 인수하면 독일어권 항공운송 산업을 사실상 독점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 브리티시항공(BA)은 스페인 국적 항공사 이베리아와 합병 회담을 진행 중이다. 두 회사 이사회의 추진 의지가 강해 연 매출 84억 달러의 세계 3위 항공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함대영 제주항공 고문은 "미국의 6대 메이저 항공사가 3개 정도로 통폐합되는 등 당분간 세계 항공업계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