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말 남극에 세종기지를 지을 때 국내에서 1200t까지 들 수 있는 기중기를 실은 건축선이 파견됐다. 건설 자재는 조립만 하면 되도록 만들어 운반했고 콘크리트도 미리 양생해 가져 갔다. 건설팀은 국내에서 자재를 조립해 기지 건물을 실제 지어보기까지 했다. 건축기술자 200여명이 발전기, 덤프트럭, 굴착기, 바지선을 배에 싣고 가 두 달 넘게 땀 흘린 끝에 1988년 2월 세종기지가 완성됐다.

▶세종기지가 들어선 킹조지섬은 남극 북쪽 사우스 셰틀랜드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영국이 1819년 처음 발견한 뒤 당시 영국 왕 조지 3세의 이름을 붙였다. 1987년엔 킹조지섬에 이미 칠레, 중국 등 7개국 기지가 들어서 있었다. 과학기술처 탐사팀은 킹조지섬 바튼반도에서 자갈이 깔린 널찍한 땅을 발견해 기지 터로 삼았다. 여름엔 얼음이 녹고 주변에 호수가 있어 물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환경부가 세종기지에서 남동쪽으로 2㎞ 떨어진 해안 '펭귄마을'을 우리가 관리를 책임지는 환경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내년 4월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리는 남극 당사자회의에서 보호지역 지정 안건을 상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외국인은 세종기지 허가를 받아야 펭귄 마을에 출입하게 된다. 영국은 16곳, 미국 13곳, 뉴질랜드 12곳 등 15개국이 67곳의 보호구역을 관리하고 있다.

▶면적 1㎢의 펭귄마을은 여름이 시작되는 10월이면 눈이 녹아 맨땅이 드러난다. 펭귄들은 맨땅에 알을 낳는다. 남극에서 몇 안 되는 이런 양지가 펭귄 천국이 된다. 작년 정부 조사에서 주황색 부리의 젠투펭귄이 1719쌍, 턱에 검은 끈이 있는 턱끈펭귄이 2961쌍 확인됐다. 갈색도둑갈매기는 11쌍이 사는데 다른 새들의 침입을 막아 펭귄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남극개미자리, 좀새풀 같은 꽃식물과 이끼류도 다양해 생태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

▶남극은 면적이 1400여만㎢로 지구 육지 면적의 10%나 된다. 영국이 자기 땅이라고 선언한 뒤 아르헨티나, 칠레 등과 영유권 갈등이 벌어졌다. 1961년 체결된 남극조약은 어느 나라의 영유권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군사적 이용도 금지됐다. 남극에 보호구역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과학 연구는 물론 남극 환경 보전을 위한 기여도 할 수 있게 된다. 한반도 밖에 '21번째 국립공원'을 갖게 될 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