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버락 오바마(Obama) 상원의원이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King) 목사가 1963년 8월 28일 "언젠가 나의 네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그들의 성격으로 판단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기를 바란다"는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 연설을 한 지 꼭 45년 만이었다.

이날 오바마의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은 경선 내내 그의 치열한 경합자였던 힐러리 클린턴(Clinton) 상원의원의 "박수로 그를 후보로 선출하자"는 제안으로 이뤄졌다.

힐러리의 호명투표 중단 요청

이날 오후 전당대회장은 긴장이 감돌았다. 낸시 펠로시(Pelosi) 하원의장의 주별(州別) 호명(呼名)에 따라, 각주 대의원 대표가 대통령 후보 명단에 오른 클린턴과 오바마에 대한 지지 투표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대외적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민주당은 지난 50년간 주별 호명 투표(roll-call)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당대회 전에 패배를 인정하고 경선을 포기했던 클린턴 진영은 '기록'을 위해 클린턴의 이름이 후보 명단에 올려지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오후 4시47분(현지시각) 호명 투표 순서가 뉴욕 주에 이르렀을 때, 전날 연설에서 "나의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를 강조했던 클린턴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미래를 보며 단합된 정신으로 오바마가 우리의 후보이고 그가 우리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자"며, 박수에 의한 후보 추대를 제안했다. 그때까지 집계된 오바마 지지 대의원은 1549.5표. 당의 지명을 받기에 필요한 과반수(2118표)에 아직 못 미쳤지만, 펠로시 의장은 곧이어 장내에 "찬성하느냐"고 물었다. 참석자들은 "예~"라는 환호성으로 호응했다. 일부 흑인 지지자들은 눈물을 글썽거렸고, 많은 참석자들은 오바마의 선거 구호였던 "예스, 위 캔(Yes, we can)"을 외치며 춤을 췄다.

오바마의 깜짝 등장

애초 28일 후보 수락연설을 위해 전당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던 대선 후보 오바마는 이날 예상을 깨고, 전당대회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 당원들을 열광시켰다.

그는 이 자리에서 "클린턴 의원은 (뛰어난 연설로) 어제 전당대회장을 흔들어 놓았다"며 '패자'에 대한 박수를 유도했다. 또 이날 자신을 지지하는 연설을 해 준 빌 클린턴 전(前) 대통령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오바마는 "미국인들의 변화는 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시작된다"며 이번 대선에서 변화를 이뤄내자고 말했다.

바이든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

이에 앞서, 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Biden) 상원 외교위원장은 20분에 걸친 연설의 절반 가량을 자신의 "진짜 친구"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McCain) 대통령 후보를 공격하는 데 쏟았다. "매케인은 나의 친구이고 세계를 함께 여행했지만 매케인이 미국을 이끌어 가려고 하는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 측이 듣고 싶었던 발언을 단호하게 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Roosevelt) 대통령 이후 민주당 대통령으로선 유일하게 재선(再選)에 성공한 빌 클린턴은 "오바마는 미국을 이끌고 세계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1992년 출마했을 때(취임 시 46세)에도 "공화당은 내가 군 통수권자가 되기엔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고 비판했지만, 그들은 틀렸다"며, "올해도 이런 비판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47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