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더밴드’로 출발, 듀오‘푸른새벽’을 거쳐 솔로로 나선 한희정은“이제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한희정은 좀 특별한 이름이다. 인디에서 이름을 알리고 메이저로 이동한 사람은 꽤 있지만, 그녀는 메이저 시장에서 홍대 앞으로 역주행했기 때문이다. 올해 스물아홉 살 이 싱어송라이터는 박혜경에 이어 2001년 더더밴드 보컬리스트로 음악계에 입성, 두 장 음반을 내는 사이 '푸른새벽'이란 듀오를 결성했다. 2003년과 2006년에 나온 푸른새벽의 음반 두 장은 한낮에 들어도 서늘한 새벽의 서정을 흩뿌리며 열혈 팬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돌연 해체. 소식 없던 한희정은 최근 첫 솔로앨범 '너의 다큐멘트'를 내놓았다. 지난 12일 그녀를 만났다.

"이제 '한희정'이란 이름으로 앨범을 낼 때도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더더나 푸른새벽이란 옷을 입지 않은, 저를 드러내는 거죠." 이른바 '인디 얼짱'으로 불리는 한희정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더더 보컬로 활동하면서 남들이 오랫동안 깨달을 걸 단기간에 알아버린 것 같았어요. 배운 것도 많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많았죠. 밴드 프런트맨으로서 부족함도 많았고요." '그녀가 알아버린 것'에 대해 그녀는 함구했다. 다만 "메이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고만 했다. 그렇다면 굳이 그녀에게 들을 필요도 없겠다 싶었다.

푸른새벽은 한희정이 더더에 영입된 뒤 첫 음반(3집)을 낼 당시 결성됐다. 그녀는 "내가 만들고 싶은 음악, 우리가 즐거운 음악을 하려고 만든 팀이 푸른새벽이죠. 앨범 두 장 내고 이제 각자 길을 가자 해서 자연스럽게 헤어졌어요." 푸른새벽의 갑작스런 해체에 대해서도 그녀는 말을 아꼈다. 줄곧 시선을 아래쪽으로 두고 말하던 한희정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더더는 알지만 더더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렇지만 푸른새벽을 아는 사람은 푸른새벽의 음악을 모두 알았어요. 그것이 메이저와 인디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한희정의 음반은 줄 그어지지 않은 종이로 된 일기장 같다. 그녀는 어떤 곡에선 그림 일기를 쓰고, 다른 곡에선 빼곡하게 줄 맞춰 그날의 일을 기록하듯 노래를 쓰고 불렀다. 타이틀곡 '우리 처음 만난 날'은 편안한 멜로디의 팝 넘버. 한희정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곡을 쓰려고 후렴구만 한 달간 만들었다"고 했다. 앨범 전체를 흐르는 정서는, 다들 기대했듯, 푸른새벽의 그것을 잇는다. 다만 한희정은 일렉트로니카로 노래들에 옷을 입혔다. 그 옷들은 파카처럼 두껍지도 머플러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민무늬 속옷처럼 그녀의 리듬과 멜로디를 떠받친다.

그녀는 "일상에서 그냥 곡이 나온다"고 했다. "자려고 누우면 꼭 멜로디가 떠올라 잠이 부족한 편"이라고도 했다. 그래서일까. 어떤 팬은 "한희정이 더 슬프고 괴로웠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위로받을 노래를 더 부를 테니까"라고 했단다. 그 팬의 바람과는 달리, 첫 솔로 음반을 낸 한희정은 행복해 보였다. 그가 더 행복해지길. 그래서 그 스스로 메이저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