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가 한 수 위라고 생각했지만 올림픽 이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난 5년 동안 김광현(SK), 류현진(한화), 이대호(롯데) 같은 젊은 선수들이 아주 많이 성장했습니다. 이제 한국 야구의 주인공은 제가 아닙니다."

한국 야구 사상 첫 올림픽 우승을 이끈 이승엽(32·요미우리)은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이승엽은 올림픽에서 30타수 5안타(타율 0.167)로 부진했지만 준결승 일본전에서 역전 2점 홈런, 쿠바와의 결승에서 1회초 선제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리며 '국민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27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 전 기자회견을 한 그는 "아직도 우승이 믿기지 않는다"며 "지금도 금메달을 보면 '이걸 어떻게 땄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주역 이승엽이 27일 일본으로 떠나며 김포공항에서 팬들에 게 인사하고 있다. 이승엽은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요미우리 자이언츠 훈련에 합류했다. 뉴시스

이승엽은 "젊은 선수들이 이렇게 잘할지 몰랐다"면서 "선수들이 좋은 실력을 꾸준히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내년 3월 열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나가고 싶다. 몸과 마음이 된다면 은퇴할 때까지 국가 대표로 뛰고 싶다"고 했지만, "국가 대표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부분이 많다"고도 해 올림픽에서 부진했을 당시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다시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을 줄곧 4번 타자로 기용해준 김경문 두산 감독에 대해선 "항상 선수들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며 너무 고마웠다"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감독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승엽은 일본 도착 후 도쿄 돔에서 하라 감독에게 복귀 인사를 한 뒤 훈련을 시작했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는 이승엽이 이날 스윙을 52번 해 20개의 홈런을 쳤다고 전했다. 이승엽은 한국을 떠나기 전 김경문 감독 등에게 2군이 아닌 1군행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최다 4명까지 1군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다. 요미우리의 주포인 타자 알렉스 라미레스와 세스 그레이싱어, 마크 크룬, 에드워드 번사이드(이상 투수)가 현재 1군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