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직파 간첩 원정화(34·여)는 중국과 한국에서 여러 남자와 관계를 가지며 간첩행위를 위해 성(性)을 도구화했던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원정화는 남성들의 환심을 살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갖추고 있다는 게 공안당국의 설명이다.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27일 “원정화의 키는 158cm로 사진을 보면 한마디로 예쁘다”고 말했다. 합수부는 이날 원정화의 앨범 사진을 공개했다.

원정화는 미모를 바탕으로 군장교들에게 접근, 성로비를 통해 기밀을 빼냈다는 점에서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국방장관과 외교관, 고급장교들을 농락했던 미모의 독일 여성 스파이 ‘마타하리’를 연상케 한다.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검 대회의실에서 탈북 간첩으로 체포된 원정화씨의 앨범이 공개됐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국판 마타하리라고 하네’ ‘김현희보다는 못하지만 신아무개보다는 인물이 빼어나 미인계로 군정보를 빼냈다네’ 등 며칠 전부터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 10월 북한 보위부로부터 남한 침투 지령을 받고 조선족으로 위장해 입국할 당시 원정화는 임신 7개월이었다. 원정화는 2002년 1월 딸을 낳았는데 아이의 아버지는 중국에서 잠시 동거했던 한국인 사업가였다.

원정화는 국내로 잠입했을 때 또 남한의 최모씨와 ‘위장결혼’을 했다 얼마 뒤 이혼했지만 최씨에게 딸의 양육비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원정화는 이후 경찰관을 만나 교제하기도 했고, 군 장교들에게 접근해 내연관계를 맺으며 군사기밀을 빼돌렸다.

2005년 9월에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김모 소령을 소개받아 사귀었고, 북측 지령을 받아 김 소령을 중국으로 유인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김 소령이 “현역 군인이 함부로 해외에 갈 수 없다”며 중국행을 거부해 결국 유인시도는 무산됐다.

원정화는 2006년 11월 군부대 안보강연을 하면서 만난 정훈장교 황모(27)대위에게도 접근했다. 두 사람은 실제 애인관계로 발전했다.

여간첩 성로비의 덫에 걸린 황 대위는 지난 2007년 9월 원정화가 보위부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황 대위는 원정화가 간첩임을 알고도 지난 5월 군에서 안보강연을 하는 탈북자 명단을 빼내 원정화에게 건네줬다.

원정화는 또 애인 황대위와 일본으로 도피할 계획까지 세우기도 했다. 일본내 탈북자의 소재를 파악하라는 지령을 받고 일본에 간 원정화는 현지 영주권을 얻기 위해 일본 남자와 세차례 선을 봤다.

원정화는 영주권을 얻은 뒤 황 대위를 일본으로 오게 해 조총련에 가입시킨 다음 북한에 데려 가려고 했다. 원정화는 김 소령과 황 대위 이외의 여러 남자를 동시에 만나기도 했다고 합동수사본부는 밝혔다.

원정화는 최근 몇 달간 심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자수를 고민해왔고, 간첩임을 알고 있던 황 대위도 수 차례 자수를 권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