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색깔의 안료와 '스무고개'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23일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한 임민욱(40)씨의 《점프컷(Jump Cut) 전》에 맞춰보면, 그것들은 '인종의 다양성'과 '답을 도출하기 위한 열린 과정'을 상징한다.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크레파스 색깔에서 '살색'이라는 이름이 난센스인 것처럼, 작가 임씨는 무채색부터 형광색까지 모두 펼쳐놓고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말한다.

또 스무고개는 상상력을 발휘해 한 고개 한 고개 답을 잘해야 한다. 그처럼 임씨는 다(多)문화사회로 진입중인 한국의 현실 문제를 단계적으로, 개방된 태도로 풀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임씨는 2006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여성관객만 입장 가능한 설치작품 〈라이브 클럽〉으로 광주은행상을 받았다. 지난 해에는 한국의 근대화를 다룬 영상 설치작품 〈너무 이른 혹은 너무 늦은 아틀리에〉로 에르메스코리아미술상을 수상했다.

여기서 우리는 작가의 화려한 수상 이력보다 작가의 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씨는 일상 현실을 비판적으로 관찰하고, 그에 대해 발언하며 변화를 유도하는 실천가(activist)로서 미술을 수행한다. 이번 《점프컷 전》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전시로, 전시 주제의 한 축은 앞서 말한 '다문화성'이고 다른 한 축은 다시 한 번 '한국 근대화 과정'이다.

그러나 사실 이 두 주제는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오로지 '자국의 경제 발전'을 부르짖으며 압축 성장을 거듭해온 그림자를 떠안고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인권, 관용, 상호 존중과 다양한 삶의 공존 같이 다문화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의식적 덕목을 건너뛰어 버렸다. 마치 장면 장면을 건너뛰는 영상 편집기술 '점프 컷'처럼.

이번 전시에서 임씨가 지난 5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다문화축제를 찍은 다큐멘터리 〈스무고개·사진〉와 낡아빠진 그랜저 승용차가 분수처럼 물을 뿜는 설치작품 〈한강의 기적―분수대〉를 병치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두 작품은 한국 사회가 경제 기적을 이루느라 이주노동자·외국인 신부·탈북자 등이 더불어 사는 열린 세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전시장 곳곳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놓인 마블링 드로잉들은 다문화사회를 향한 의식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님을 말한다. 초등학생 시절 많이 해본 그 미술 기법, 즉 물과 기름의 반발작용을 이용해 아름다운 혼합색 그림을 만들어내는 마블링처럼, 같음과 다름, 상호작용과 반작용, 서로 다른 것들의 섞임을 긍정하는 데서 문제의 고개를 넘어 가자는 것이다. 전시는 10월12일까지. (02)733-8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