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난 21일 정부는 주택공급 강화와 건설경기 부양을 골자로 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투기수요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위기의 주택업계를 구하려는 최소한의 대책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주택 관련 주식이 하락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인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양도세와 주택금융, 그리고 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가 빠진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는 공급확대와 과도한 수요억제 정책의 완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반(反)시장적' 부동산정책을 구사했던 노무현 정부와는 사뭇 차별화되는 정책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상당한 표차로 당선된 것은 이러한 규제완화와 시장원리에 기반한 정책이념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새 정부가 보여준 대책들은 이러한 국민적 열망과 공감대를 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시장친화적인 부동산 정책을 표방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발표되는 정책과 조치들은 시장상황과 정치권의 분위기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대량의 미분양이 발생한 것은 수요를 잘못 예측, 수요가 없는 곳에 무리하게 주택건설을 추진한 주택업계의 관행과 물량 위주의 주택정책을 추진해온 정부의 합작품이다. 지난 정부에서 주택가격이 급등한 것은 주택 수급의 질적 부조화 때문이다. 전체적인 공급량은 수요에 비해서 적지 않은데,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물량 위주의 주택정책이 지니는 한계이며 대량 미분양 현상의 본질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분양가 규제와 전매제한도 시장원리로 보면 부작용이 많은 정책이다. 분양 아파트의 가격이 기존 주택의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학계의 실증연구 결과들도 긍정과 부정이 양립하고 있다. 분양가 규제는 분양시장이 공급자가 주도하는 불공정시장이라는 확신이 있을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한다. 전매제한기간도 임기응변식으로 늘였다 줄였다 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철폐하되 전매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철저히 색출하여 과세하면 그만이다. 각종 규제의 신설과 이의 잦은 변경은 결국 정부를 믿고 규제를 성실하게 지켜온 대다수 국민들이 기회주의적인 투기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대책에서 빠진 것이 있다면 재건축 규제의 단순화, 양도세의 완화, 대출규제의 자율화 등이다. 참여정부가 천명했던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 원칙은 부동산 보유에 대한 부담은 늘리되 본인 능력에 알맞은 부동산을 보유할 수 있도록 거래는 원활하게 하자는 뜻이다. 그렇다면 거래단계에서 발생하는 양도세도 크게 완화해야 한다. 싱가포르홍콩, 말레이시아는 외국으로부터의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위해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전면 폐지한 바 있다.

도심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대폭 단순화해야 한다. 임대주택 건설 의무, 평형비율 규제 등 각종 규제가 중첩된 현행 제도하에서 도심의 주택공급이 원활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지난 정부에 이어 새 정부도 가격이 안정되어야 규제완화를 실시할 수 있다는 전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 규제를 풀면 가격은 어느 정도 상승하는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규제를 풀면 시장 전체적으로는 공급이 증가해 전체 주택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장기 효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러한 장기효과를 기다릴 수 있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관료들은 가격 상승기에는 규제완화를 하기 어렵고 하락기에는 괜스레 시장을 건드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식이라면 규제 완화는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