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재판장 윤재윤)는 22일 현대차그룹의 로비스트 김동훈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사진>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변양호씨는 지난 2001년 말~2002년 4월, 현대차 계열사의 채무탕감을 대가로 3차례에 걸쳐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알리바이가 입증돼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첫 번째 5000만원을 받은 날의 알리바이는 인정되지만, 나머지 두 차례에 대해선 알리바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변씨는 행정고시를 수석으로 합격한 뒤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금융분석원장 등을 지낸 뒤 2005년 초 "민간부문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며 사표를 던졌다. 이어 2006년 6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한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채무탕감 로비 의혹사건'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변씨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수사를 위해 변씨를 구속하려고 무리하게 '별건(別件) 수사'를 벌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변씨와 함께 기소됐던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는 1억원 수수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 받았다. 1심에선 14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6년에 같은 액수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었다.
같은 명목으로 기소된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징역 3년6월, 이성근 전 산업은행 본부장은 징역 3년6월, 김유성 대한생명 감사는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뇌물을 준 김동훈씨는 징역 3년 6월에 추징금 6억원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이들 6명을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했다.
판결이 내려지자 방청석에 있던 피고인 가족들의 통곡소리로 법정은 아수라장이 됐다.
박 전 부총재는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 "우리나라 재판부가 진실을 이정도밖에 가리지 못합니까!"라고 소리쳤다. 변씨의 변호를 맡았던 노영보 변호사는 법정 밖으로 나와 "울지 마십시오! 이 판결 뒤집지 못하면 제가 목숨을 끊겠습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재판 내내 "뇌물을 받은 적이 없으며 김동훈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김동훈씨는 현대차로부터 41억원을 받은 직후 가족명의 계좌에 32억원이 늘어난 사실이 발각되자, "로비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현금 20억원으로 했다"고 둘러대는 등 진술을 여러 번 번복했었다.
재판부는 "김씨가 아버지로부터 받았다는 20억원이 입증이 안 되더라도 여전히 41억원에서 32억원을 뺀 10억여원의 여유가 있고, 김동훈씨가 이들을 만나고부터 기존에 안 되던 일들이 하나씩 풀렸다"며 "로비를 했다는 진술엔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