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를 자행하는 그루지야판(版) 히틀러',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정신병자'…. 지난 8일 러시아와 그루지야 전쟁이 시작된 직후부터 러시아 언론들은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을 이렇게 불렀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사카슈빌리가 그 정도로 용납할 수 없는 존재다. 러시아는 개전 이틀만인 10일 그루지야에게서 항복선언이나 다름없는 '휴전' 제의를 이끌어냈다. 이런 러시아의 파죽지세 뒤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있다. 왜 그루지야는 러시아의 '사냥감'이 된 것일까. 러시아의 다음 타깃은?

친 서방 정권 제거하고 패권 노린 '푸틴의 전쟁'

러시아의 대(對)그루지야 전쟁은 유라시아에서 지배적 위상을 되찾으려는 푸틴 총리의 야망과 관련있다. 사실상 러시아의 최고 실력자인 푸틴이 오일달러와 군사력을 바탕으로 옛 소련의 권위를 회복하려 한 것이다.

푸틴은 2003년 그루지야에서 장미혁명이 일어나 친(親)서방 정부가 들어서자 위기감을 느꼈다. 서방이 러시아의 턱 밑에 친 서방 정부를 세워 러시아를 포위하려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게다가 사카슈빌리가 반(反)러시아, 친 서방국가들의 모임인 구암(GUAM·그루지야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몰도바)을 주도하자 푸틴의 의혹은 더 짙어졌다. 2006년 그루지야가 구암을 중심으로 폴란드,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을 규합해 반(反)러시아 연대를 모색하자 러시아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됐다.

사카슈빌리에 대한 푸틴의 증오는 뿌리가 깊다. 2004년 집권한 사카슈빌리는 그 해 11월 러시아가 주도하는 CIS(독립국가연합·1991년 옛 소련의 12개 공화국이 결성한 정치공동체)에서 탈퇴를 시도했다. 그 이듬해 3월엔 미군과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나토(NATO) 가입도 추진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러시아의 다음 타깃은 우크라이나?

현재 러시아가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나라는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 주역인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은 사카슈빌리 못지 않게 CIS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도 추진해 왔다.

러시아로서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는 구(舊)소련 연방해체 이후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나라인데다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20년 임차계약을 맺고 세바스토폴 항구에 흑해함대 사령부를 두고 있다. 세바스토폴과 드네프르에는 서방의 미사일 공격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러시아의 방공(防空)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폴란드·발틱 3국도 대 러시아 갈등의 '시한폭탄'

폴란드와 발틱 3개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도 러시아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폴란드는 14일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의 일부분인 요격미사일 10여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을 지원사격해 친서방정권이 들어서는데 기여했다. 러시아와 EU가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 체결을 모색할 때마다 EU에서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한 국가도 폴란드다.

발틱 3국은 자국 역사에서 '소련 지우기'를 추진해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대중행사에서 옛 소련 국기와 군복 및 국가(國歌)를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소련군인 동상이나 기념물을 해체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거나 사이버테러 등으로 이들 국가에 보복조치를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역외(域外)영토 칼리닌그라드에 미사일을 배치하고, 발틱함대를 핵무장하는 등 무력을 통한 길들이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