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내년 개교할 두 곳의 국제중학교 신입생을 1, 2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면접, 토론으로 각각 모집정원 3배수까지 추린 후 최종적으론 추첨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중은 국사 등 일부 과목을 빼고는 모두 영어로 가르치는 학교다. 추첨 선발방식은 서울에 국제중이 생기면 초등학교에서 입시 사교육 경쟁이 불붙을 것이라는 우려를 미리 막겠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교육 발상 대(大)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내 두 곳의 국제중 가운데 하나인 청심국제중의 지난해 입학경쟁률은 16.9 대 1이었다. 미국에서 배우는 한국인 유학생이 9만3700명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다. 동남아 국제학교들에선 교실, 복도, 운동장 어디에서나 발에 걸리는 게 한국인 학생이다. 부산에선 새로 생기는 아파트단지 내에 미국 사립학교와 계약을 맺고 미국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학교가 내년 문을 열 예정이다. 영어로 가르치는 교육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런 교육 수요만큼 학교를 만드는 쪽으로 생각을 돌려보라는 것이다. 영어로 가르치는 학교가 2곳, 3곳이 아니라 20곳, 30곳 생겨난다면 입학 경쟁도 완화된다. 지금은 원하는 학교에 보낼 수가 없으니 한 해 수천만원씩 쏟아 부으며 세계 오지(奧地)까지 영어로 가르치는 학교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런 조기유학생이 한 해 3만명이다. 다들 여유 있는 집 아이들뿐이다. 평등교육 명분에 발목이 잡혀 국내에 '영어로 가르치는 학교'를 못 만들게 한 결과, 여유 있는 집 아이들은 해외에서 좋은 교육 받고 형편이 어려운 집 아이는 국내에서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해 교육 양극화의 골만 더 깊게 파이고 있다.

자립형사립고, 외국어고도 마찬가지다. 전국 2000개 고교 가운데 학교 자율로 커리큘럼을 짤 수 있는 자사고(自私高)가 6개뿐이다. 자사고 보내준다는 학원이 성시를 이룰 수밖에 없다. 아파트 값 잡겠다고 쳐놓은 규제 그물이 아파트 공급을 줄여 아파트 값을 올려놓았듯이 사교육 잡는다는 교육통제가 사교육을 조장한 것이다.

대학입시도 별의별 제도가 다 동원됐어도 입시 과열, 사교육 열풍은 해소 못했다. 해답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꼭 보내고 싶어하는 특성 있고 수준 높은 대학을 30개, 40개 키워내는 데 있다. 그렇게만 되면 사생결단의 입시경쟁도 완화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에 세계 대학순위에서 10위권, 20위권 안에 드는 선진국 대학 분교가 많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 작년 11월 영국 더 타임스지의 세계 200대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가 51위, KAIST가 132위를 했다. 국내에서 명문(名門)이라고 하는 다른 대학들은 이름도 올려놓지 못했다. 세계 10위권, 20위권 대학의 교육을 국내에서 받을 수 있다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그만 못한 국내 대학을 가기 위해 몸부림을 칠 이유도 없어진다. 학부모들이 그런 대학들과 국내 대학의 수준을 비교하게 되면 국내 대학도 혁신을 안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런 변화로 국내 대학 수준이 끌어올려져 세계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게 되면 더 많은 학생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입시 경쟁도 누그러진다.

이런 발상의 대전환이 가능해지려면 정부가 '뒤처지는 학생 끌어올리기'를 공교육의 핵심 목표로 삼아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과 학교에 대폭적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 저소득층 아이에게 입학 혜택을 주는 제도의 폭도 일반 국민이 놀랄 정도로 크게 넓혀야 한다. 미국처럼 하위권 학생들의 성적 향상 실적을 갖고 교장과 교사를 평가하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내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만 경쟁을 못 따라가는 아이 학부모들이 우수 학생들을 뽑아 키우는 수월(秀越) 교육에 대해 갖는 거부감도 줄어들게 된다. 미국은 자율 교육과 수월 교육의 본고장 같은 곳이다. 그런 나라가 내건 교육 캐치프레이즈도 '낙오 학생 없게 하자(No Child Left Behind)'는 것이다. 정부가 뒤처지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사회에 나가서 자기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끌어준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 이 나라 교육은 바뀔 수 있다.

교육은 이웃집에 공부 잘하는 아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공부를 못하게 되는 '제로섬(Zero Sum)' 같은 것이 아니다. 우수한 아이에겐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당을 펼쳐주고, 뒤처지는 아이는 한 발짝이라도 더 따라갈 수 있게 세심한 지원을 해줘야만 우수한 아이건 뒤처지는 아이건 모두 혜택을 보는 '윈윈(Win & Win)'의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야만 21세기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살 길도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