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졌는데 표정이 좋아 보인다. 한국이 이겨서 그런가?" 김상열 중국 남자 하키 감독에게 날 선 질문이 던져졌다. 3년째 중국을 맡으며 2006아시안게임 은메달까지 안겨줬던 김 감독이 중국 기자의 눈에는 여전히 '이방인'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김 감독은 영어로 "오늘 경기 결과에 매우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난다. 난 한국 사람이지만 중국 감독이다."
13일 베이징올림픽 남자 하키 한국―중국전(한국 5대2 승리)이 끝난 뒤의 인터뷰 장면이다. 이날 김 감독은 경기 후 조성준 한국 감독,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함께 은메달을 땄던 김용배, 서종호 등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맞서 싸우는 처지지만 이렇게 얼굴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라고 했다.
베이징공대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준결승. 한국의 이경원·이효정 조와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의 마에다 미유키·스에쓰나 사도코 조가 맞붙었다. 일본의 제자들과 '조국'의 후배들이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는 동안 박 감독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안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일본 선수들이 잘해서 만나게 됐는데,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니까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었죠." 박 감독은 경기 중 메모를 하고 선수들에게 지시를 할 뿐 박수를 치거나 일어서지도 않았다. 일본이 세트 스코어 0대2로 패한 뒤 아쉬운 듯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한 박 감독이지만 역시 한국인이었다. "오늘 심판 판정이 좀 애매했어요. 결승에서도 중국의 편파 판정을 조심해야 합니다." 효자 종목인 배드민턴에서 후배들이 꼭 금메달을 따길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딴 뒤 은퇴, 영국·말레이시아를 거쳐 2004년 일본대표팀을 맡은 박 감독. 15일엔 일본의 지도자로 또 하나의 메달(동메달)에 도전한다. 일본 배드민턴 사상 올림픽에서 한 번도 따지 못했던 메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