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사명을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국민의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MB정부가 이 문제에 접근하는 모습은 심히 혼란스럽고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왜 그럴까?

이 대통령이 모델로 삼아야 할 선진국의 지도자가 몇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을 대공황으로부터 구해낸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 1970년대 말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던 미국 경제를 구해낸 레이건 대통령, 그리고 1976년 우리같이 IMF를 당해 신음하던 영국 경제를 구해낸 마거릿 대처 총리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 지도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들은 경제를 구하기 위해 경제 자체보다는 먼저 경제를 발전시키는 특정의 가치를 천명하고 그것을 강력하고 일관되게 추구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가장 강력하게 추구했던 가치는 '투명성'이었다. 그는 19세기 말부터 횡행하였던 기업과 금융계의 비리와 횡포, 그리고 증권 시장의 무질서 등에서 대공황이 초래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집권 초기부터 경제 전반에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온 정치력을 집중하였다. 집권 초기인 1932~33년에 투명성을 겨냥한 수십 개의 법률들이 잇달아 제정되었고 강력히 실천됐기 때문에 미국 경제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투명하고 건강한 제도적 인프라를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이 대공황을 탈출하는 데 가장 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에 비해 실업률 11%, 이자율 20%라는 최악의 경제를 인수한 레이건 대통령, 그리고 IMF 체제에서 신음하는 경제를 인수한 대처 총리가 추구한 가치는 '시장성'이라는 것이었다. '시장성'이란 한마디로 경제를 명령(규제)에 의해 운영하려는 유혹을 차단하고 최대한 민간의 자율과 경쟁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자는 취지를 가진 가치이다. 'Get the Government off your shoulder' 즉, "우리 어깨를 짓누르는 정부를 떼어내 버리자"고 외치면서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은 재임 내내 참으로 강력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이 가치를 실천하였다.

예를 들어 취임하자마자 실천한 것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되어 있던 '대체고용권'제를 노사관계에 적용한 것이었다. 이것은 노사 갈등을 '시장의 원리'에 의해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로서 이를 통해 미국 내 파업건수를 무려 10분의 1로 줄이면서 미국에 항구적인 노사 평화의 시대를 열었다. 대처 총리의 정책은 여러 면에서 레이건보다 더 과감하고 투쟁적이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물론, 부동산중개 자유화, 증권거래소 개혁, 심지어 수도·통신까지 민영화하는 등의 과감한 자유화를 통해 경제 전반에 '시장'이 되살아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경제 살리기에 성공한 세계의 지도자들은 '가치'의 실천을 통해 이를 이루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내 '경제살리기'를 외쳤지만 자신이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말한 것이 없다. 기껏 천명한 것이 '친기업적'이라는 것 정도인데, 그것은 가치라고 하기엔 너무 미약하다. 더구나 우리의 오래된 정경유착 경험상, 자칫 투명성과 배치될 수 있다는 오해의 소지마저 있다.

가치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MB정부의 경제정책들은 일관성과 비전이 결여되어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민을 위해 10조원을 뿌린다는 것과 감세 정책은 언뜻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그 뿌리가 다르고 상호 모순적인 것이다. 공기업 개혁이 용두사미가 되어 버리는 것도 가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지도자인가? 경제 회복의 진정한 가능성은 거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