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6개월여 간의 국내 평가전. 태극마크를 단 뒤에도 이겨내야 했던 수많은 '지옥훈련'…. 그 구슬땀은 바로 이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 존재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이 열린 11일 베이징 올림픽 그린 양궁장. 점수는 199―199 동점이었고 남은 화살은 단 3발이었다.
먼저 사선에 선 쪽은 이탈리아. 2004 아테네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마르코 갈리아조가 9점, 43세 베테랑 일라리오 디부오가 10점을 잇달아 쐈다. 하지만 마지막 화살의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한 22세의 마우로 네스폴리가 7점을 맞혔다.
이번엔 한국 차례. 가장 대담한 대표팀 막내 임동현(22·한체대)이 먼저 나섰다. 거침없이 그의 손을 떠난 화살은 표적지 9점을 적중시켰다. 이어 등장한 이창환(26·두산중공업)은 정확하게 10점 과녁을 꿰뚫었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소리가 관중석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전날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먼저 따낸 여궁사 트리오 박성현·주현정·윤옥희도 목청껏 함성을 지르며 응원에 가세했다.
마지막 한 발이 남은 상태에서 점수는 218―225. "8점만 쏘면 한국이 금메달"이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스탠드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마지막 사수는 아테네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대표팀의 맏형 박경모(33·인천계양구청). 그의 손끝을 떠난 마지막 화살은 9점 과녁에 적중됐다. 227대225. 올림픽 3회 연속우승이 확정된 순간, 한국의 명궁들은 그때서야 기쁨의 감정을 쏟아냈다.
총 24발(한 엔드당 6발)을 쏴서 승부를 가리는 단체전에서 한국은 1엔드에서 58―56으로 앞섰고, 2엔드에서는 117―111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단체전 결승 상대였던 이탈리아가 맹추격을 펼쳤다. 3엔드 여섯 발 중 5발을 10점에 명중시켰다. 반면 한국은 박경모만 10점 한 발을 쐈을 뿐 나머지 다섯 발을 모두 9점에 맞혀 2점차(172―170)로 쫓겼다. 마지막 4엔드 6발 중 첫 3발에서 한국이 모두 9점을 쏜 반면, 이탈리아가 10점 2발과 9점 1발을 쏘면서 199―199 동점.
그러나 메달 색깔이 좌우되는 마지막 세 발에서 승리의 여신은 정신력에서 앞선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의 227점은 올림픽 신기록이다.
한국은 앞서 열린 8강전과 4강전에서도 상대의 거센 후반 추격에 마지막 한 발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한국은 8강에서 복병 폴란드와 접전 끝에 224대222, 2점 차로 이겼다. 박경모가 마지막 한 발을 10점 과녁에 명중시키고서야 승리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4강 상대는 홈팀 중국. 한국은 8강전처럼 1엔드에서 1점차(54―55)로 뒤졌고, 2엔드까지 109―109로 팽팽하게 맞섰다. 3엔드에서 6발 가운데 4발을 10점에 꽂은 한국은 166―162로 중국을 앞서나갔다. 하지만 마지막 엔드 3발씩을 남긴 상황에서 간격은 2점차(193―191)로 줄어들었다. 여자단체 결승처럼 일방적인 중국 팬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마지막 세 발에서 27점을 보탠 중국의 점수는 218점. 한국은 임동현과 이창환이 나란히 10점 만점을 쏴 213점을 만들었고, 박경모가 8점으로 마무리하며 3점차(221대218) 승리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