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미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Obama) 상원의원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민의 대상은 당내 막강 파워 커플인 빌 클린턴(Clinton)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부부. 오바마 측은 전당대회 둘째날과 셋째날의 기조연설을 힐러리와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각각 제안하며 손을 내밀었지만, 두 세력 간의 골은 아직 깊기만 하다.

투표 용지에 힐러리 이름 고집

오바마는 당장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식적으로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대의원 투표(roll-call vote)' 용지에 힐러리 클린턴의 이름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1일 보도했다. 힐러리 지지자들은 힐러리가 미 정계의 여성차별에 '1800만개의 균열'을 낸 신화적인 인물이라는 증거를 투표 용지에 남겨, 차기 대선에서 힐러리의 '상품성'을 알리고 싶어한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힐러리는 민주당 경선에서 1800여 만 표의 유권자 지지를 획득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 역시 지난달 "경선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전당대회에서 그대로 표출되는 것은 일종의 카타르시스(감정의 표출)"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지난 7일 한 인터뷰에서 "민주당원에게 필요한 감정은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에너지'와 '흥분'"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와 힐러리가 대의원의 후보지명투표에서 다시 맞붙는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은 아직도 분열돼 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위험한 연출'이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당내 경선이 치열했다'는 기억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줄 생각도 없다.

빌 클린턴의 당내 영향력 여전

오바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도 불편한 관계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Roosevelt) 이후, 재선(再選)에 성공한 유일한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다. 이런 그가 최근 ABC 방송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대통령 자질을 충분히 갖췄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대통령 준비가 돼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아직도 경선 과정에서 쌓인 오바마에 대한 앙금을 씻지 못했다.

하지만 오바마가 클린턴 커플을 무시하고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 미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11일 "클린턴 부부는 현재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s·선거 때마다 정당 선호가 바뀔 수 있는 곳)'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지지가 두터워, 오바마에겐 이들 부부의 지지가 간절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