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재(76·사진) 베드로 신부는 일선 사목에서 은퇴한 뒤 포항 연일읍에서 가장 높게 존재하는 신(神)을 만나고 있다. 가슴 한쪽에 생겨났던 암과 투병하면서도.

20여 년 전 췌장암이 생겼으나 수술을 하지 않고 요양을 통해 기적적으로 암을 이겨냈던 정 베드로 신부. 그러나 올해 초 폐암으로 수술을 한 뒤 지금은 활동의 제한을 받고 있다. 한쪽 눈은 서서히 나빠지다 3년 전쯤 완전히 실명상태. 거기다 우울증까지 겹쳐 정신·시각장애 복지카드를 가지고 있다.

그런 정 베드로 신부는 외눈으로 카메라 렌즈를 통해 수많은 피사체들을 담아왔다. 특히 나환자들의 삶과 고통을 담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가슴을 흔드는 다양한 사진도 그의 외눈을 비껴나지 못한다. 집요한 사진철학과 함께 글로도 이름을 날렸다.

여러 권의 사진집을 펴낸 정 베드로 신부가 최근 은퇴한 노사제의 삶의 철학이 담긴 8번째 포토에세이집을 펴냈다. 도서출판 홍익포럼에서 낸 '어져 내일이야 임두고 갈듸 업셔라'. 암과 싸우면서도 오롯이 자기 길을 가는 노사제의 면모가 우러나온다.

이 포토에세이집에는 고통받고 가난한 이웃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따스하게 보듬고 있다.

첫 번째 장인 '청빈'편에서 정 신부는 "예수님의 진복팔단(여덟가지 행복) 첫째 말씀인 '마음이 가난한 자, 복이 있다'는 걸인에게 이르는 동정심이 아니라, 마음의 청빈을 하느님께 양팔 벌리고 기도하는 데 있다. 절제와 비움, 그리고 시간도 쪼개어 살아가는 지혜에 있다"고 묘사한다.

그러면서도 "성직자로서의 삶 이외의 삶은 차라리 눈물겨운 십자가였다"고 고백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1961년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제로 서품받은 정 신부는 여러 천주교회의 주임신부를 지낸 바 있으며, 현재는 은퇴해 포항에서 사진과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