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백화점' 붕괴의 참상은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뼈 아프게 남아있다. 다행스럽게도 그 많던 부실건설 사고들이 최근에는 조용한 편이다. 그러나 건설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 또 얼마나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지 모른다.
필자는 15년 전 건설부에 재직하면서 건설부실을 막기 위해 '건설기술관리법'을 개정, 책임감리제도를 도입했다. 대형 국가공사는 물론 일반 아파트 건설에도 감리요원들이 눈을 부릅뜨고 공사감리를 하게 하였다. 시공부실이 있을까봐, 안전성이 문제가 될까봐, 건설현장에서 감리를 까다롭게 하는 것은 잔소리로 비치고 모두를 귀찮게 하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론 부실공사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본격적으로 감리제도를 도입하고자 했을 때, 300명의 공과대 대졸 출신, 제대 장병들을 선발하여 감리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감리사보(補)라는 자격증을 주며 "귀하는 건설공사의 경찰관이 되어 이 나라의 모든 부실공사는 뿌리를 뽑아내라"고 직접 사명감을 심어주는 강의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최근 우려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감리비용을 아끼려고 공무원들로 하여금 자체 감독을 하게 하는 체제로 돌아서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작은 규모의 공사는 발주처나 시공업자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책임감리를 면제해 주자고 선심을 쓰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 제도가 정착되려면 그 제도의 중심이 되는 분들이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 건설감리협회도 그동안 우수인력을 선발하고 경찰공무원보다도 혹독하고 투철한 훈련으로 정기적인 재교육을 시켜서 수요자들로부터 공무원들의 감독보다 믿음이 간다는 평가를 받았어야 한다. 그리고 해외시장에도 대대적으로 진출하고 작은 민간공사에도 세일즈를 열심히 해서 국민들의 환영 속에 영역을 넓혀 나갔어야 한다.
건설감리협회와 감리회사들의 이와 같은 노력이 부족했다 하더라도 감독정책당국은 이를 탓하며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감리제로 다시 회귀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남는 공무원들에게 감리훈련을 시켜서 전문적인 감리회사에 전직시키는 것이 옳은 정책방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건설공사의 부실을 막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감리 대상을 확대해야 할 시기에 감리 대상을 오히려 축소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15년 전 이 제도의 첫 입안자로서 앞으로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생길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