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지켜보겠다"

그랜트 해켓(호주)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흘렀다. 비아냥거리는 듯했다.

화제는 '마린보이' 박태환(19ㆍ단국대)의 출사표였다.

해켓은 5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라이벌 박태환이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했는데'라는 질문을 받자 "자신있게 얘기했으니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또 "박태환이 훈련을 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자유형 400m에는 6명의 경쟁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수영 자유형 400m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박태환은 숙적 해켓을 비롯해 라슨 젠슨, 피터 밴더캐이(이상 미국), 장린(중국), 유리 프릴루코프(러시아)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해켓은 이내 꼬리를 내리는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400m도 열심히 준비했지만, 이번 올림픽은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1500m의 올림픽 3연패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켓은 훈련장에서도 변화무쌍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4일 수영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워터큐브)에서 예정보다 40분 늦게 호주대표팀 훈련에 합류했고, 이날도 잠시 수영장에 모습을 비춘 뒤 제대로 훈련을 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물론 박태환과의 어색한 베이징 첫 만남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뒤 5시부터 1시간30분동안 보조수영장에서 훈련한 박태환은 해켓이 잠시 수영장에 들른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들은 제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박태환이 심리적인 우위에 서게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사인 신화사도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해켓의 가장 강력한 적수는 아홉살이나 어린 한국의 박태환(South Korean swimmer Park, nine years younger than Hackett, is the current world champion in 400 meters freestyle and has become good enough to challenge Hackett)'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민상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4일 해켓의 훈련모습을 지켜본 노 감독은 "해켓의 파워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자유형 400m에서 중반지점인 200m부터 승부를 걸려고 했지만, 스퍼트가 워낙 좋은 해켓을 고려한다면 후반 막판에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미국의 수영천재 마이클 펠프스가 베이징에서의 첫 훈련을 시작했다. 펠프스와 박태환은 오후 7시 셔틀버스를 같이 탔지만 별다른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가 5일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워터큐브)에서 첫 훈련을 시작했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서 박태환과 경쟁할 펠프스는 탁월한 수영솜씨를 뽐내며 각국 지도자들의 이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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