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여름 세상을 놀라게 했던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을 직접 수사했던 검사가 사건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서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았었던 이건석 변호사는 4일 발행된 검찰 전자신문 '뉴스 프로스' 8월호에서 유영철 사건의 후일담을 털어놨다.

이 변호사는 "폭우가 내리던 날 부유층 연쇄살인사건의 현장검증에서 범행을 재연하는 판초 차림의 유영철을 처음 대면했는데 섬뜩한 느낌이었다"며 당시를 더듬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부유층 연쇄 살인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유영철 본인이었다고 한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유영철이 영등포구치소로 이감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다 다시 조사실에 나타났을 때, 이 변호사에게 대뜸 "선물 하나 주겠다"며 자신의 '구두 뒷굽'을 경찰 기동수사대 승합차 의자 밑에 숨겨놨다고 털어놓았다는 것.

유영철은 검거된 뒤 승합차를 타고 범행 현장으로 가면서 기침을 하는 척하며 손톱으로 구두 뒤축을 뽑아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범행 현장의 발자국과 유영철의 구두 자국이 달라 당시 경찰은 애를 태웠다.

이 변호사는 또 "유영철이 저명한 모 여성 변호사를 자신의 변호인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었다"며 "그 이유는 구기동 부유층 살인사건 당시 원래 유영철이 노렸던 범행 대상이 그 변호사였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 변호사는 "그 변호사의 집 주변에서 때마침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어 범행 대상이 바뀐 것"이라며 "사람의 생사가 한순간에 갈렸다"고 했다.

유영철은 "그 변호사가 나에게 희생당할 뻔 했기에 오히려 나를 잘 이해할 것이고, 여성이기 때문에 부녀자 연쇄살인사건 범행의 동기도 잘 이해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유영철의 변호는 사형제 폐지 단체의 변호사가 맡았다.

유영철은 20명에 대한 살인 혐의를 인정받아 2005년 6월9일 사형 선고가 확정됐으며, 2004년 7월 경찰에 붙잡혔을 때부터 지금까지 4년1개월째 서울구치소 독거실에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