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가장 껄끄럽게 여기는 8개 구단 감독은 누구일까. 두 말할 필요없이 KBO 행정에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노장 김성근(66) SK 와이번스 감독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김성근 감독님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정말 존경할만하다. 하지만 KBO와 8개구단 단장들이 추진한 일들에 대해 앞장서서 반대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정말 너무하다. 현장과 단장들이 추진한 일도 도매금으로 KBO가 비난을 받는다”며 김성근 감독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올 들어 ‘무제한 연장제’에 대한 반대를 비롯해 소속팀 국가대표 선수들의 대표팀 출전에 따른 부상문제, 시즌 중 치른 제주도 원정경기 일정의 형평성 문제, 그리고 3일 열리는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 쿠바 등 외국인 선수 출전 문제 등과 관련한 KBO 행정 및 대표팀 관리 등과 관련,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처럼 김성근 감독과 KBO의 악연은 비단 올 시즌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이 KBO를 문제삼는 일이 유난히 많아졌지만 악연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게 KBO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KBO 관계자들이 김성근 감독의 문제제기로 곤욕을 치른 대표적인 사건 3개를 들어본다.

▲박재홍 타격위반 사건(1996년)
현재는 김성근 감독 밑에서 뛰고 있는 박재홍이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 신인 타자로서 '괴물'활약을 펼치던 중 김성근 감독이 물고 늘어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이었던 김 감독은 박재홍이 타격시 왼발이 배터박스를 벗어난다고 지적하며 규정위반이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박재홍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타격전에는 양발이 배터박스안에 있지만 공을 맞히면서 왼발이 앞쪽 배터박스를 살짝 벗어나거나 라인에 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 김성근 감독은 부정타격이라고 문제를 심하게 삼은 것이다.

논란이 일자 미국과 일본 등의 사례 등을 참조한 끝에 KBO는 ‘문제 없음’으로 결론을 냈다. 배터박스 앞쪽으로 벗어나면 오히려 타자가 불리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 박재홍도 문제가 되자 왼쪽발이 배터박스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한국야구 최초로 ‘30(홈런)-30(도루) 클럽’을 탄생시켰고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논란이 정리되고 시즌이 끝난 후 KBO는 심판위원장에게 문책성 인사를 가했다. KBO로서는 김성근 감독의 어필로 결국 제 식구를 내쳐야하는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부정배트 사건(1997년)
1997년 시즌 중 대구에서 '부정방망이 사건'이 터졌다. 대구 원정에 나선 LG 트윈스가 홈팀 삼성 라이온즈와 3연전을 가지면서 17홈런을 맞고 49점을 빼앗기며 완패한 뒤 당시 천보성 LG 감독이 '삼성 방망이는 압축배트'라며 딴죽을 걸었다.

이에 당시 백인천 삼성 감독은 펄쩍 뛰었다. 백 감독은 직접 미국의 한 제조사에 특별주문한 배트로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라이벌이던 LG와 삼성 양구단의 감정싸움으로 불붙으며 시끄럽던 와중에 이 문제를 KBO에 정식으로 제기하는 공문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공문은 싸움 당사자인 양 구단에서 보내온 것이 아니었다. 엉뚱하게도 김성근 감독이 있는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배트 검사를 요청하는 공문이었다.

이에 KBO는 부랴부랴 배트 검사에 나서는 한편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에서 쓰고 있는 방망이들을 모조리 조사했다. 검사결과는 ‘이상무’였다. 그런데도 문제를 제기한 측에서는 ‘도료가 두텁게 칠해졌다’, ‘우주선에 칠하는 도료로 반발력이 뛰어나다’는 등의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배트전쟁’이 불붙은 사이 일부 구단은 삼성 방망이를 구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직원을 급파해 방망이를 사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KBO 관계자들은 미국과 일본으로 출장을 가는 등 동분서주하는 곤욕을 치렀다. 정식문제 제기는 쌍방울 구단이었지만 배후에서 김성근 감독이 조종했을 것으로 KBO는 인식하고 있다.

▲마운드 규정위반 사건(1999년)
이번에는 수원구장에서 사단이 났다. 현대 유니콘스가 제2홈구장으로 활용하던 수원구장 마운드 높이가 문제가 됐다. 문제를 삼은 것은 김성근 쌍방울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수원구장 마운드 높이가 규정(10~13인치)보다 훨씬 높아 정통파 투수들이 많은 현대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KBO는 토목기술자를 대동해 수원구장을 새벽같이 방문해서 실측했다. 또 수원구장 뿐만아니라 전국의 모든 구장을 1박2일간 뛰어다니면서 마운드를 쟀다. 결과는 ‘문제없음’이었다. 구장마다 약간씩 높이가 다르기는 했지만 규정위반 수준은 아니었다는 결론이었다. KBO 관계자들은 호떡집에 불난 듯 난리를 피웠지만 위법 사실을 적발해내지는 못했다. 김성근 감독의 문제제기 덕분에 전구장 마운드 높이를 조사해 기록하는 소득이 있었지만 정말 ‘대사건’이 난 줄 알고 노심초사하며 동분서주했던 당시 KBO 관계자들은 김 감독이 원망스러웠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뜸해졌던 김 감독의 어필은 올 들어 부쩍 많아지고 있어 KBO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식 ‘정밀야구’에 능통한 김 감독이기에 어떤 부분을 문제 삼을지 몰라 매사에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잇단 김성근 감독의 문제제기에 긴장하고 있는 KBO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내년 3월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할 대표팀 사령탑에는 김성근 감독을 모셔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근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 직접 지휘해야 그나마 문제 제기가 덜하지 않겠냐는 주장인 것이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김성근 감독과 KBO가 과연 언제쯤 조용하게 지낼지 궁금하다.

Tip:-김성근 감독이 '야신'이 된 사연
요즘 김성근 감독은 '야구의 신'으로 언론과 팬들에게 불리우고 있다.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지도자 생활을 해온 김 감독이 지난 해 처음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한데 이어 올해도 파죽지세로 SK를 이끌고 있어 '야신'으로 불릴만 하다. 김 감독이 '야신'으로 인정받은 것은 2002년 당시 LG 사령탑으로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접전을 펼친 끝에 준우승을 한 후였다. 해태에서 삼성으로 옮긴 후 힘겹게 첫 정상에 오른 김응룡 감독(현 삼성 사장)은 시리즈를 마치면서 적장인 김성근 감독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야구의 신'이라고 칭했다. 그 때부터 김성근 감독은 '야신'으로 불리웠다. "내가 야신이면 우승한 김응룡 감독은 뭐냐"는 김성근 감독의 말처럼 한국시리즈 통산 10회 우승의 위업을 이룬 김응룡 감독은 뭐라고 불러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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