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무(無)노동 유(有)임금'이 2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여야는 18대 국회 임기 개시 43일 만인 지난 10일 간신히 국회를 열었지만, 건물로 치면 '임시 천막' 수준인 5개 특위조차 첨예한 정쟁(政爭)으로 뇌사(腦死) 지경에 빠졌다. 여야의 밥그릇 싸움으로 상임위원회는 구성되지 못하고, 장관 인사청문회가 안 열려 20일 가량 국정이 공전한 끝에, 새로 내정된 장관들은 국회 검증도 안 거치고 일하게 됐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에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쟁(政爭)으로 날 새는 특위
상임위가 없어 '특위' 체제로 운영되는 국회지만, 쇠고기 특위 등 5개 특위조차도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쇠고기 특위는 지난 24, 25일에 이어 29일에도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MBC PD 수첩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한나라당과 부르지 말자는 야당이 한 발도 양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는 "특위를 무산시키려 한다"며 서로 삿대질을 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특위도 이날 "정부의 자료 제출이 미흡하다"는 야당들의 문제제기로 입씨름만 벌이다 끝냈다. 공기업 특위에서 야당들은 "낙하산 인사 등 공기업 인사에 대한 청문회를 벌이자"고 했지만, 한나라당은 "공기업 문제를 정쟁화 시키려 한다"며 반대했다. 국민적 의혹과 관심사에 대한 원인을 찾고 대안을 내놓기 위해 만든 특별위원회들이 국민의 관심권 바깥으로 밀려난 지 오래란 지적이다.
◆낯 뜨거운 네 탓 공방
상임위를 구성해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원(院) 구성 협상도 한 발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협상 당사자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아예 전화를 받지도 않는다"며 투덜댔고, 민주당 원 원내대표는 "개원 때 합의했던 약속을 한나라당이 안 지킨다"며 네 탓 공방만 했다. 급기야 홍 원내대표는 "김 국회의장이 조정권을 발휘해 국회를 정상화 시켜달라"고 했고, 민주당은 "법에도 없는 조정권 발휘는 여당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회수장으로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국회정상화에 나서야 할 국회의장도 여야 원내대표와 접촉은 하고 있지만, 국민들 눈에는 '개헌(改憲) 특위' 구성 등 다른 곳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생 외면하고 '개헌' '촛불'에 관심
국회에는 서민들에게 하루가 급한 고유가 대책 등 민생 법안 50여건이 쌓여 있다.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로 두고 여야는 각기 당내에서 인기 정책 내놓기 경쟁을 하거나 촛불 시위대 주변만 빙빙 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의원들이 지역구민들이 좋아할 만한 감세관련 법안이나 내놓고, 비판여론이 제기되면 "당론이 아니다"며 뒤로 물러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민주당은 KBS 정연주 사장과 촛불 시위를 살려보겠다며 장외집회를 하는 등 국회 담장 바깥에서 촛불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국회 정상화를 위한 회동 한 번 없이 원내대표에게 다 미뤄놓고 난데없는 '민생 투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하대 정외과 김용호 교수는 "국회는 여야를 떠나 입법부로서의 책임감과 국민에 대한 책무가 있는데, 지금 모습을 보면 정략에 눈이 멀어 심각하고 중대한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