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펑(北京 大風)~."
중국어 학습교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말처럼, 베이징(北京)은 '바람의 도시'다. 이틀이 멀다 하고 부는 바람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오염물질들을 멀리 날려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 베이징은, 바람이 그리울 정도다. 사라진 바람 대신 중국인들이 '사우나 날씨(桑拿天)'라고 부르는 찜통더위가 연일 기승이다. 불볕더위는 있어도 찜통더위는 드문 게 일반적인 베이징의 여름이지만, 최근엔 최고기온 35도에 습도 80~90%가 예사다.
날씨가 하도 푹푹 찌다 보니 베이징 변두리에선 '올림픽 시민의식'도 잊고, 웃통을 훌러덩 벗어 던진 광팡쭈(光膀族)가 아직도 눈에 띄고, 메인스타디움인 냐오차오(鳥巢) 주변 청소부들은 아예 그늘에 드러누웠다. 28일 자금성(고궁) 서쪽 시단(西單)지하철역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생수를 하루 5병은 마셔야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자연과의 전쟁, 인공 올림픽
베이징 곳곳에선 이런 날씨와의 전쟁이 벌어진다. 한 여름 베이징을 불과 며칠 사이에 뚝딱 화사한 꽃밭으로 변모시킨 5000만 그루의 꽃들에 물주기 작업이 한창이다. 갑작스레 낯선 곳으로 이사 온 꽃들이 폭염에 지쳐 시들시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으로 산을 옮겼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 사례의 대표 격은 인공 강우다. 무더위를 식히고 오염된 대기 물청소를 위해 구름 속에 미사일을 수천 발씩 쏘아 올려 만드는 인공강우는 6월과 7월 강수량을 예년보다 40%나 많도록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29일 오전 베이징 시야를 탁 트이게 만든 갑작스런 소나기도 "인공 강우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돌아온 숙적 '대기오염'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청객'인 대기오염은 다시 악화되고 있다. 지난 28일까지 연속 4일간 베이징 하늘은 뿌연 안개에 뒤덮여, 가시거리가 몇 백m에 불과했다. 오염물질 입자들이 습기와 결합하면서 생긴 스모그(smog)다.
베이징의 대기오염지수(API·air pollution index)는 지난 20일 승용차 홀짝제 실시 이후 나흘간은 억제목표치인 100 이하로 떨어졌다가, 24~27일엔 110~120, 28일에도 96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API가 100을 넘으면 대기오염에 민감한 사람들이 호흡곤란을 느낀다고 지적한다. 승마경기가 열리는 홍콩에선 28일 36도가 넘는 폭염에 API가 173까지 올라가 말들까지 스트레스를 받았다.
1993년 오염 때문에 호주 시드니에 2000년 올림픽 개최권을 뺏겼던 중국 당국은 차량 끝자리 번호와 같은 날짜에만 운행을 허용하는 승용차 역(逆) 10부제와, 베이징 인근 허베이(河北)성·톈진(天津)시 공장 조업을 중단시키는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인구 9500만 거대 수도권의 도시기능이 일부 마비되더라도 오염지수를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그러면서 "선수들이 건강을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영국, 일본, 한국 선수단은 선수단에 오염방지용 특수마스크를 지급하는 등 이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