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찰이 공개한 인천 강화도 모녀 납치 살해 사건 용의자의 몽타주. 구체적인 묘사없이 '뽀얀 피부의 꽃미남형'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강화도 모녀 납치·살인 사건을 수사중인 강화경찰서가 지난 5일 유력 용의자 1명의 몽타주를 공개했지만 몽타주가 용의자의 실제 얼굴과 닮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7월7일 보도

윤복희(여·47)씨와 김선양(16)양 모녀가 시신으로 발견된 지 4일 만인 지난 5일 용의자 검거를 위해 경찰이 공개한 몽타주는 전신(全身) 몽타주였다. 얼굴은 작게 그려졌고 이목구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없이 '신장 173cm 가량, 검정색 계통 7부 바지, 뽀얀 피부의 꽃미남형'이라고 표현돼 있었다.

언론은 "이런 몽타주로 어떻게 신뢰성 높은 시민제보를 기대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잔인한 살인범에게 '꽃미남'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범인을 붙잡은 뒤 해당 몽타주를 작성한 인천광역시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은 "목격자에게 최면까지 걸어가면서 만든 몽타주였지만 완성도가 떨어져 처음엔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경찰이 비공개하려던 몽타주에 대해 정작 범인들은 "너무도 닮아 깜짝 놀랐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몽타주 기술은 세계적… “증명사진처럼 그릴 수 있어”

몽타주는 경찰청과 각 시·도 지방경찰청의 과학수사계 소속 경찰이 그린다.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몽타주 프로그램은 국내업체 K사가 만든 것으로, 국가로부터 '3차원 한국형 몽타주 작성시스템' 신기술인증서까지 받았다. 프로그램을 개발한 명지대 정보공학과 최창석(54) 교수는 "외국의 몽타주 프로그램은 단순히 눈, 코, 입 등을 붙여 나가는 모자이크 방식이었지만 우리는 얼굴 부위가 자연스럽게 합성되도록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용의자 코와 가장 비슷하게 생긴 코를 데이터에서 골라 미리 선택한 얼굴에 넣으면 함께 그린 것처럼 이음새가 자연스럽게 처리된다. 김 경사는 “우리나라 얼굴형에 맞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서 효과가 더 높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눈모양 가짓수만 1300여 개에 달한다. 여기에 길이와 폭,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얼굴 내에서 가로 세로 이동도 가능하다. 데이터를 추가할 수도 있고, 수작업을 통해 보다 세밀한 작업도 할 수 있다.

강화도 모녀 납치·살해 사건의 몽타주를 만든 인천경찰청 김현동(36) 경사는 취재진에게 몽타주 사본 한 장을 보여줬다. 영화배우 H씨로, 누가 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점, 주름까지 세밀하게 묘사돼 있었다. 김 경사는 “증명사진처럼 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강화도 사건 몽타주는 왜 ‘부실 몽타주’라는 논란이 일었을까? 김 경사는 “목격자 증언이 너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인천광역시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홍상남 경장이 22일 몽타주 제작 시범을 보이고 있다.

◆“강화 사건 목격자, 입 모양 기억 못 해… 처음엔 몽타주 공개 안하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 몽타주를 최초 작성한 시점은 피해자 윤씨 무쏘 차량이 발견된 당일인 지난달 19일이었다. 2일 전인 17일 윤씨가 국민은행 강화지점에서 현금 1억원을 찾았을 때 윤씨 무쏘 차량으로 돈을 나르던 은행직원 2명이 차 문 옆에 서 있던 20~30대로 보이는 용의자의 얼굴을 봤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김 경사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그리기 시작했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직원들이 제대로 본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직원 2명은 당시 비가 내리고 있어서 한 손으로 머리를 가린 채 서둘러 차량 뒷좌석에 돈을 실었다고 경찰에 말했다. 김 경사는 “목격자들이 얼굴형과 머리형, 눈, 코는 어렴풋이 기억해 냈지만 입모양은 기억해내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지난달 23일 경찰은 몽타주 2차 작성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법최면(法催眠)까지 동원했다. ‘긴 머리’에서 ‘모자를 쓴 머리’로 목격자 증언이 바뀌었지만 추가 정보는 없었다. 김 경사는 “목격자가 용의자 인상착의를 70% 이상 기억해 냈을 때만 몽타주를 완성할 수 있는데 이번 경우는 50%도 안 됐다”며 “부정확한 몽타주가 배포됐을 때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실종 14일째인 지난 1일 모녀가 살해된 채 발견되자 몽타주 공개로 입장을 바꿨다. 뚜렷한 물증과 제보가 없는 시점에서 수사 장기화를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경찰은 세번째 몽타주 작업에 들어갔다. 함께 몽타주 작업을 한 홍상남(여·26) 경장은 “검은색 칠부 바지를 입었다는 증언을 토대로 이번에는 옷을 그려 놓고 목격자 증언을 들어봤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은행 직원들이 기억해내지 못한 입모양은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해당 얼굴형에 가장 적합한 것을 합성했다”며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팀 요청에 따라 전신 몽타주로 그리기로 했다. 목격자 1명이 특히 강조했던 ‘피부가 뽀얗고 꽃미남형이었다’라는 진술도 집어 넣었다. 김 경사는 “몽타주는 용의자에 대한 인상을 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격자가 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이 표현을 그대로 썼다”고 말했다. 이렇게 제작된 몽타주 전단 1만장은 지난 5일 전국에 뿌려졌다.

◆“용의자는 호스트바 출신… 꽃미남이 맞았다”

몽타주가 배포된 지 6일 만인 지난 11일 범인 4명이 잡혔다. 몽타주 대신 윤씨가 살고 있던 강화 하도리 주민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마을 입구 주변에 며칠 동안 보였던 승용차가 윤씨 실종일부터 보이지 않았다”는 것. 경찰은 차량 소유자를 추적해 용의자 안모(26)씨를 붙잡은 뒤 나머지 범인 3명을 차례로 검거했다. 하지만, 안씨는 몽타주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은행직원이 봤던 용의자는 이모(24)씨였다.

경찰은 공개하기 주저할 정도로 부정확한 몽타주라고 결론 내렸지만, 범인들 생각은 달랐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몽타주를 처음 봤을 때 ‘이씨와 똑같이 생겨서 놀랐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당사자는 쫓기는 입장에서 사람들이 몽타주를 보고 자신을 신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심리적인 압박감이 크다”며 “그런 이유로 몽타주가 자신을 더 닮았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꽃미남’이라는 표현도 틀린 게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호스트바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용의자들은 몽타주 전단이 퍼지자 이씨가 강화도 출입을 못하도록 막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몽타주와 달리 범행 당시 7부바지는 입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경사는 “같은 얼굴을 봐도 사람마다 보는 부분과 느낌이 다르다”며 “용의자 특성이 잘 나타나도록 몽타주를 그리지만 개인에 따라 받아들이는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비슷한 종류의 사건 전과자를 연상할 수 있는 경찰이나, 용의자 가족과 친척, 사건 발생 지역 주민에게 몽타주를 보여줬을 때 가장 효과가 크다고 한다.

범인 검거 외에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몽타주가 뿌려졌을 때 용의자가 은신하거나 잠적할 가능성도 있지만, 돌발행동을 해서 붙잡히거나 자수를 할 수도 있으며, 추가 범죄 예방 효과도 있다는 것.

일선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들은 “몽타주를 제작했을 때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50% 정도 된다”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여러 곳에 CCTV가 설치 돼, 몽타주 대신 CCTV 자료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