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학자 그렉 브래진스키(Brazinsky·36·사진)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안보를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한 이승만 정권과 미국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한국의 미래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주 열린 건국 6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민주공화국의 탄생'에서 〈민주주의의 가능성: 대한민국 건설에 있어서의 미국의 역할〉이란 주제 논문을 발표한 그를 회의장에서 만났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학부(애머스트 대학) 때부터 한국·동아시아에 관심을 두었고 2000~2001년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일한 덕에 한국어에 능했다. 그는 인터뷰 전 자신의 논문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를 읽고 있었고, 우리말로 답변하려 애썼다.
―'미국은 자신의 세계전략을 위해 이승만 독재정권을 지지했다'는 비판이 있다.
"좌파 학자들의 견해는 다양하며 그것은 일부의 주장이다. '미국이 안보와 민주주의를 맞바꿨다'는 비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동유럽 역사에서 보듯 안보 없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작년에 낸 책 《한국의 국가건설》(Nation Building in South Korea)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수적 성향의 이승만은 미국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미군정 당시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은 더뎠던 반면, 전범국(戰犯國) 일본은 민주화를 진행해 갔다.
"양국 사정은 전혀 달랐다. 일본은 경제 수준이 높았고 민주주의 경험이 있었다. 전쟁 후 미국의 지도대로 가야 했기 때문에 정치·사회적 갈등이 적었다. 미국 도움 없이 한국의 자생적 민주주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민주주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더 늦춰졌을 것이다."
―미국의 그런 역할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한국 내 반미(反美) 감정은 어떻게 보나.
"한국의 반미는 미국 문화 전반을 거부하는 중동의 반미와 다르다. 미국식 정치제도·민주주의 또는 특정 정치인(이념)을 반대하는 것이어서 그리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는다. 2002~2003년 격렬한 반미 시위 역시 부시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대한 반대였다."
―한국 내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분석한다면.
"본질적으로 소고기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투쟁이라고 판단한다. 좌파들이 잃어버린 정치적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는 다른 이에게 책임을 맡기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때마다 정부 전복이나 탄핵을 기도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