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기산 김준근…, 조선을 흔들어 놓은 천재화가들의 그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정답은 과학, 그리고 창조적 상상력에 있었다.
EBS TV '다큐프라임'은 28~30일 밤 11시10분 3부작 다큐멘터리 '조선의 프로페셔널, 화인(畵人)'을 방송한다. 조선시대 천재화가들의 작품 속에 숨겨진 비밀을 과학적으로 파헤쳤다.
'장학퀴즈', '대발견아이Q'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주로 만들어 온 연출자 김광호(39) PD는 "김홍도의 그림을 공부하고 연구할수록 그림 속에 과학적인 비밀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김홍도의 그림은 알고 보면 대여섯 장에 불과하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김홍도의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령 김홍도가 그린 '윤증 초상'의 밑그림엔 격자무늬가 있는데, 이는 서양화가 알프레드 뒤러가 모델의 얼굴을 세밀하게 그려내기 위해 격자무늬창을 모델 앞에 세우고 그렸던 기법을 따른 흔적이라는 설명. 김홍도의 사실적인 그림들은 한달음에 붓을 움직여 그려낸 '순간의 예술'이라기보단 정교한 고민을 통해 얻은 노력의 산물이라는 결론이다.
혜원 신윤복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김 PD는 "신윤복의 그림을 뜯어보면 항상 처마 선, 담벼락, 기둥, 창문 같은 기하학적인 틀이나 구조적인 선을 썼음을 알 수 있다"며 "신윤복이 얼마나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를 고민했던 화가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신윤복의 그림을 빛나게 하는 화려한 색감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제작진이 색채 전문가를 찾아가서 살펴본 결과, 붉은 치마폭을 채색했던 물감의 주재료는 수은광맥에서 채취된 천연안료 '주사'로 밝혀졌다. 다양한 광물재료를 채집하고 혼합해 신윤복만의 파격적인 색채를 창조한 것이다.
기산 김준근은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이름이지만 전 세계 약 11개국에 1190여점의 그림이 퍼져 있을 만큼 외국인들에겐 유명한 조선시대 화가. 김 PD는 "김준근에 대한 기록이 전무한 상황에서 그의 그림만을 가지고 당시 상황을 역추적해 부산이나 원산, 인천 같은 도시에서 그렸던 그림들이 외국으로 퍼져 나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