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이 버락 오바마(Obama)와 열애에 빠졌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McCain) 상원의원은 21일 지지자들에게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 미 언론이 아프가니스탄·중동 순방 중인 민주당 대선 후보 오바마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으면서, 자신은 '찬밥 대우'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담았다.
그의 이메일에 링크된 동영상 2건을 보자. 한 동영상에선 MSNBC의 앵커 크리스 매튜스(Matthews)가 오바마의 연설을 소개하면서 "다리에서부터 전율을 느낀다. 흔치 않은 기분"이라고 감탄한다. 또 다른 동영상에선 NBC 방송 기자가 오바마의 유세 분위기를 전하면서 아예 "객관적인 보도가 힘들다. 지지자들의 열정이 전염된 것 같다"고 외친다.
◆미 언론의 극심한 오바마 편애
21일 저녁,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공항에 도착한 매케인을 맞은 기자는 현지 일간지 뉴햄프셔 유니언리더(하루 6만여부 발행)의 기자 2명뿐이었다.
같은 시각 오바마가 이라크에서 누리 알 말리키(al-Maliki) 이라크 총리를 만나 미군 철수 문제를 논하는 것은 미 언론이 앞다퉈 보도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Petraeus)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과 함께 헬리콥터에서 바그다드 시내를 내려다 보는 오바마의 모습은 다음날 뉴욕타임스(NYT)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를 비롯한 미국 주요 신문 1면에 일제히 소개됐다.
19일 시작된 오바마의 중동·유럽 순방을 앞두고 취재를 신청한 기자는 200명이 넘어 경쟁률이 5대1에 달했다. 미 3대 공중파 TV인 ABC·NBC·CBS 방송이 모두 메인 앵커를 보냈다. 반대로, 이달 초 매케인의 콜롬비아와 멕시코 방문 때는 3대 방송의 앵커는 물론 없었고, CBS는 기자도 안 보냈다. 매케인의 지난 3월 프랑스·영국·이스라엘 순방도 상황은 같았다.
오바마 편애 현상은 유럽서도 마찬가지였다. 24일 오바마를 맞는 베를린에선 그의 연설 장소를 놓고, 계속 정치권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결국 최종 낙점된, 시 중앙의 전승기념탑에는 유럽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재독(在獨) 미국인 등 최대 1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전망했다.
◆뉴욕 타임스의 매케인 기고문 거부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 18일 매케인이 보낸 기고문을 거부했다. 지난 14일 NYT에 게재된 오바마의 '나의 이라크 계획' 기고문에 대한 대응 성격이었지만, 사시(社是)가 '인쇄하기에 적합한 모든 뉴스를 전한다'는 NYT에게 매케인의 글은 '인쇄에 부적합'했다. 여론면 담당 부장 데이비드 시플리(Shipley)가 매케인측에게 보낸 충고는 "매케인 의원도 오바마의 글을 거울삼아 다시 쓰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시플리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Clinton)의 연설문 작성자였다.
사진 서비스 업체인 '게티 이미지'가 20~22일 공급한 사진 중 오바마 사진은 40건을 넘었지만, 매케인 사진은 전무(全無)였다.
◆풍자·조롱의 단골 소재 매케인
미 언론은 풍자와 조롱 거리로만 매케인을 찾는다. '너무 많은' 나이(72세), 부시 대통령과 다를 것 없는 '정치 성향'을 놀리는 내용이 주종(主宗)이다. 문화·시사 월간지 배니티 페어 최신호(8월호)는 매케인을 보행 보조장치에 의존하는 노인으로 그린 표지 그림을 게재했다.
오바마에 대한 풍자는 극히 드물다. 괜히 흑인인 그를 놀렸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알아서 조심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이처럼 노골적인 차별에 대해, 미 외교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 인터넷판은 "보수세력이 언론의 치우친 보도를 조종하는 '어둠의 손'이 있다고 여기는 게 당연하다"고 21일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