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초등학교가 인근 부천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교정에 '시(詩)의 거리'를 만들었다. 어린이들에게 동심의 나래를 달아주고 아름다운 시심(詩心)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인천 계양구에 있는 효성동초등학교는 최근 교정 울타리 부근 800㎡의 땅에 생태숲을 꾸미면서 곳곳에 시비(詩碑) 11개를 세웠다. 윤석중의 '이슬', 방정환의 '귀뚜라미 소리', 이원수의 '시냇물', 김종상의 '어머니',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한국의 대표적인 동시와 현대시가 적힌 시비다. 시비의 모양도 어린이들의 밝은 마음을 표현하듯 울긋불긋하게 꾸몄다.

시의 거리를 걷는 학생들은 시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면서 좋아했다. 김은하(6학년) 양은 "김용택 시인의 '콩 너는 죽었다'는 시를 아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면서 "시는 회색 아파트만 가득찬 도시에 사는 우리들에게 푸른 빛을 선사해 주는 것 같다"고 제법 어른스럽게 말했다. 이진엽(6학년) 군은 "어린이날을 만드신 방정환 선생님이 시인인 줄 몰랐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시까지 쓰셨다"면서 "이번 기회에 전시된 시 가운데 한편은 꼭 외워 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시비를 세우게 된 것은 인근 부천시 원미구 상동 지역 주민들의 얘기를 담은 조선일보 보도가 계기가 됐다. 주민들이 상동주민센터 뒷쪽 공원에 시의 거리를 조성했다는 얘기였다. 채희수 교장은 "이를 벤치마킹 하기로 하고 상동 주민들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했더니 선뜻 응해주셨다"며 "현대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어린이들 정서 교육에 도움을 주고 미래 시인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시비를 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계양구 효성동초등학교 채희수 교장과 5학년 학생들이 시비에 새겨진 시를 읽고 있다.

채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부천시 상동에 있는 시의 거리를 견학했으며 어떻게 하면 적은 예산을 들여 시비를 만들 수 있는지 알아봤다. 주민들은 시의 거리 조성 과정을 알려주면서 시비를 직접 만들어 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부천에서 시를 쓰고 있는 문인 3~4명의 도움이 컸다. 이들은 학교 측에 어린이들을 위한 시를 수십 편 추천해 줬고, 김포 야산의 석재장과 공사장에서 못 쓰는 대리석과 철제 등을 구해와 무료로 시비를 만들어 줬다. 이들 덕분에 시비 제작에 100여만원밖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구성훈 교감은 "다양한 식물과 꽃이 있는 생태숲에 시비까지 세워져 효과적인 야외 수업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수시로 학습장으로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효성동초등학교는 최근 조선일보에 연재됐던 동시 100편을 스크랩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 작품을 선정해 추가로 시비를 만들거나 기존 시비의 내용을 수시로 바꿀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