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미국 초등학교에 보내볼까?'
요즘 이런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부쩍 늘고 있다. 남보다 일찍 영어를 배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안목을 키우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조기유학의 성공만큼이나 실패담도 많다. MBC 방송작가이자 초등학생 딸을 조기 유학 보낸 고혜림(40·사진)씨에게서 노하우를 들어보자. 그녀는 자신의 경험담을 모은 책 '우리아이 미국 초등학교 보내기'(조선북스)를 출간했다.
■유학원 맹신보다는 발품 팔아야
지난 2005년 여름. 고씨는 안식년을 겸해 아이와 함께 조기 유학길에 올랐다. 딸 진은서(11)양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쉽게만 생각했던 유학은 결코 만만치 않은 짐이었다.
우선 지역 선정부터 쉽지 않았다. 여러 나라를 꼼꼼히 조사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이라는 곳을 택했다. 미국은 이전에 가본 적이 있어 친근했고, 얼바인은 한국인 수가 많지 않으면서도 교육여건이 잘 돼 있기 때문이었다. 얼바인은 미국의 8학군 지역이라 불릴 만큼 교육열도 높다.
고씨는 모든 유학 준비를 혼자서 했다. "사전 지식이 없어서 자녀를 유학 보낸 경험이 있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유학원의 도움을 받되 전적으로 의지하지는 말라고 충고해줬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인터넷을 훑기 시작했다. 먼저 유학원 사이트에 들어가 경험담으로 올려놓은 글을 읽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미국 현지 사이트를 뒤졌고 중요한 부분은 밑줄을 그어가면서까지 열심히 참고했다.
■엄마가 부지런해야 아이 유학 성공한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했지만 현지 생활은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초등학교 전학 수속부터가 문제였다. 은서의 영어 실력을 걱정한 고씨는 'ELD (English Language Development, 외국인을 위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가 있는 공립학교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ELD가 설치된 학교에 배정받기 위해선 입학 전 영어 테스트를 봐야 한다. 테스트 결과, 은서는 ELD가 있는 학교가 아닌 일반 공립학교에 배정됐다.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배정된다. 따라서 가고자 하는 학교 근처로 집을 구하는 것이 유리하다. 고씨는 "ELD 학급은 영어를 기초부터 가르쳐 주는 장점이 있지만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들과 함께 배운다는 단점이 있다"며 "무조건 ELD 학교를 고집하기보다는 기회비용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영어 학원 하나 다니지 않았던 은서가 현지 학생들과 수업을 함께 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첫 3개월 동안은 수업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영어를 못한다고 친구들로부터 놀림도 받았다. "아이가 낯선 환경에 당황해 할수록 엄마가 중심을 잡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힘든 때일수록 아이와 더 많이 얘기했고 자신감을 북돋워줬다"고 말했다.
고씨는 항상 아이 곁에 있었다. 방과후 아이의 숙제를 도왔고 주말에는 함께 도서관에 다녔다. 학교도 자주 찾아갔다. 학부모 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는 "영어를 못했지만 학교에 자주 찾아가서 담임선생님께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자주 물었다"며 "담임선생님과 친해지면 선생님이 아이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것은 물론이고 유용한 학교 정보도 얻는다"고 말했다.
■아이를 영어에 노출시켜라
은서는 영어 실력이 턱없이 낮았던 유학 초기에도 학원을 가거나 개인지도를 받지 않았다. 대신 방과후에 교육구(區)가 운영하는 애프터스쿨(after school)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스포츠나 게임을 했고, 방학에는 각종 캠프에 참가했다. 고씨는 "어린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외국인 친구들과 6개월 정도 자연스럽게 어울리자 어느새 막힘 없이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을 생활하자 교내 영재반에 선발될 정도로 은서의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또 존스 홉킨스 영재 캠프에 참가할 수 있는 영재로 뽑혔다. 존스 홉킨스 캠프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영재 캠프로 미국 내 상위 5%만 갈 수 있다.
미국 생활이 익숙해질 때쯤 약 2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고씨 모녀는 귀국했다. 돌아올 것을 대비해 미국에서도 한국 책을 읽은 덕분에 은서는 어려움 없이 다시 학교에 적응했다. 고씨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중학교 입학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외국에서 오래 살 것이 아니라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1~2년간 외국 현지 학교를 다니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