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안택수 전(前) 한나라당 의원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지난달 이사장 공모과정에서 일찌감치 안 전 의원 내정설이 나돌더니 결국 소문대로 된 것이다. 안 전 의원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한 것을 제외하곤 금융 쪽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작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대구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지만 4·9총선에선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래서 대선캠프에서 일하고도 공천을 받지 못한 데 대한 '보상(補償)·보은(報恩) 인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계에서는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낙하산 인사 의혹을 받고 있다. 황 내정자는 대선캠프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과 인수위 자문위원을 지냈고, 이 회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서울시교향악단 이사장을 지냈다.

언론계에서는 구본홍 YTN 사장,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정국록 아리랑TV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등 이명박 후보 언론특보 출신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기 시작했다. 최재덕 주택공사 사장, 이종상 토지공사 사장, 강경호 코레일 사장,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 등 국토해양부 산하 주요 기관장들도 '대통령의 사람들' 일색이다. 최 사장은 인수위 경제2분과 위원, 이 사장과 강 사장은 서울시 출신, 류 사장은 대선캠프 출신이다.

지금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촛불시위가 수그러들면서 많이 회복됐다는 게 그 정도다. 고(高)유가로 인한 경제침체와 쇠고기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고·소·영' '강·부·자' 같은 조어(造語)를 낳은 인사실패 탓이 크다. 그래서 최근 청와대 비서실 개편과 개각을 앞두고는 '비(非)영남·비(非)고려대·재산 30억원 이하'라는 기준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공기업 사장 인사에서는 그런 자제심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민간 CEO 중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을 뽑겠다"더니 실제로는 "보은"이니 "낙하산"이니 "사전 내정"이니 하는 말만 들린다. 공직자들을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후보로 차출했다가 선거에서 떨어지면 장관이나 공기업 사장 자리를 선물로 안겨주곤 했던 노무현 정부 때와 뭐가 다른지 알 수 없다.

지금은 국가 전체가 비상시국이고, 대통령과 정부에는 최악의 시국이다. 이런 처지의 정권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으려면 만사에 최대한 절제하고 조심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정권에는 그런 상식적인 기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