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 들이부은 폭탄이 펑펑 터지는 순간, 소녀의 쌍꺼풀 진 커다란 눈에서는 뜨거운 불길이 치솟는다(작품 〈Boom Boom〉). 마스크를 쓴 소년의 눈에선 불에 탄 숭례문이 와르르 무너지고(작품 〈숭례문 방화2〉), 또 다른 아이의 눈에선 방제복을 입고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 자원봉사자들이 쏟아져 나온다(작품 〈태안 기름유출〉). 이와는 반대로 한국 첫 우주인인 이소연씨가 태극기를 들고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작품 〈최초 우주인1〉)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과 조각과 회화를 골고루 접목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화가 박대조씨가 서울 청담동 갤러리원(9일부터 18일까지)과 정동 경향갤러리(17일부터 23일까지)에서 《동심(The Heart of child)》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작품 16~28점을 선보인다. 순진무구한 아이의 눈을 클로즈업해 찍은 사진에 현실세계의 긍정적·부정적 모습이 두루 담긴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 특징이다.
박씨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을 통해 전쟁과 테러, 환경오염 같은 어른들의 끔찍한 욕망을 재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양철학에서 눈은 사람의 정신을 전한다고 해요. 실제로 중국의 고개지 같은 옛날 화가들은 초상화를 그릴 때 그 사람의 정신이 읽히지 않으면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어요. 무심한 듯 바라보는 아이의 눈은 그 어떤 회초리보다도 매섭죠." 그는 "조그마한 눈동자 안에 주제를 드러낼 그림을 그려 넣기 위해 포토샵으로 아이들의 눈을 일부러 크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작업 과정도 복잡하다. 먼저 직접 찍은 사진의 이미지를 감광필름에 옮긴 뒤 대리석에 붙이고, 필름 망점(지름 약 0.1㎜) 사이로 잘게 부순 돌 가루를 쏙쏙 뿌려 빈 공간을 채워 넣는다. 마지막으로 필름만 떼어낸 뒤 돌 가루가 뿌려진 대리석 표면의 오목한 부분에 색색의 아크릴 물감을 입힌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
그는 "돌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린 지는 6년 정도 됐다"며 "돌 자체가 갖고 있는 묵직한 무게와 영원성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이들의 눈을 그리기 전에는 산수화를 그려 돌에 조각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아이의 얼굴과 눈에 전 세계적으로 끊임 없이 일어나는 전쟁과 테러, 환경오염 등을 비춰내고 있다"며 "이를 돌에 새김으로써 유한한 인간의 삶, 소멸의 두려움을 무한한 돌로 극복하고자 한 것"이라고 평했다. (02)736-1020, (02)6731-6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