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형찬 서울예술대학 교수

제주의 한라산과 용암동굴, 그리고 성산일출봉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지 꼭 1주년이 되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제주의 관광추세를 급격하게 바꾸어 놓았다. 한라산, 성산일출봉, 용암동굴 방문객은 예전에 비해 최고 30%까지 증가하였고, 외국인 방문객도 50%나 늘어났다고 한다.

최근 제주는 미국 하와이 화산국립공원과 협정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교류에 들어갔다. 제주와 하와이는 모두 화산으로 이루어졌고, 용암동굴이 있으며, 동식물상과 독특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지금 제주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빅3'에 도전하고 있다. '빅3'는 세계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을 가리킨다. 제주는 이미 2002년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작년에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이번에 세계지질공원 지정에 도전하고 있다. '빅3'는 국가경쟁력이 달려 있는 중요 사업이기 때문에 지방정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제주가 특별자치도라고는 하지만 인적, 재정적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주년을 맞아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제도를 고쳐 최대한 돕겠다"고 약속했다. 중앙정부는 별도의 예산과 필요한 전문인력을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

그런 한편 제주자치도는 세계자연유산 주변을 잘 정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연은 그대로, 인공은 최소화'이다. 자연적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공물을 설치해야 한다. 또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지역답게 디자인과 색깔, 그리고 모양에 신경 써야 한다.

예전에 호주로 출장 갔을 때, 시드니 상공에서 내려다본 해안마을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세상같이 예뻤다. 지붕은 온통 주홍색이었다. 이는 호주 정부가 자연친화적 디자인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었다. 시민들이 지붕에 주홍색을 칠하면 정부는 세금을 감면해 주었다. 이러한 정책을 제주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또 세계자연유산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문화시설들을 효과적으로 연계시켜야 한다. 특히 민속자연사박물관, 돌문화공원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그런데 1984년에 개관한 박물관은 규모나 내용면에서 매우 낙후되어 있다. 외국인 관람객들은 급속히 늘어가고 있는 데 전시내용 및 형태, 설명자료, 안내전문요원, 전시관리 시스템 등이 매우 미흡하다. 세계자연유산 홍보코너도 이제야 부랴부랴 만들었다. 이에 비교하면 돌문화공원은 참으로 훌륭했다.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를 첨단기법과 자연전시를 통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보물섬인 제주를 '빅3'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