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4월 캠프 데이비드 회담과 8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잇는 '징검다리 회담'이었다.

양국 사이에는 그동안 쇠고기 파문이라는 '격류(激流)'가 흘렀다. 두 정상이 지난 4월 '21세기 전략 동맹'으로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기로 합의했으나, 격류의 험한 물살은 한미동맹이 자칫 떠내려갈 위기에까지 몰아갔다.

양국이 두 차례의 추가협상을 통해 가까스로 쇠고기 파문을 수습했지만 이번 도야코 회담에서 놓은 징검다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8월 부시 방한 때 양국이 명실상부한 '미래 동맹 비전'을 발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는 "회담 분위기가 좋았고 양국 간의 공조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이 G8 확대정상회의와 오찬, 양자회담 등 세 차례 만났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에게 이 대통령을 직접 소개했으며, 이 대통령에게 '당신이 교회에서 오랫동안 주차안내 봉사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감동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또 "두 정상은 양자회담을 시작하자마자 껴안고 서로의 등을 두드리면서 오랜 지인과 같은 친밀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부시는 이 대통령에게 "인생이란 게 시련과 도전의 연속이다. 의도한 대로 쉽게 되지 않는 법이다. 당신이 임기 초에 어려움을 겪은 게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9일 일본 도야코 윈저호텔에서 회담한 뒤 양측 배석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야코=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정상 간의 친밀도가 외교무대에서 중요하기는 하지만 현재 한미 양국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복잡한 현안들이 정상 간의 친밀감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선 한국 국민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려는 부시 대통령의 적극적인 코멘트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당초 회담이 1시간 동안 예정돼 있었으나 40분 만에 끝난 것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16개국이 '도떼기시장'처럼 만나는 자리여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운데다 3주 뒤 정식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굳이 시간을 늘리려고 애쓸 이유가 없었다"면서 "오히려 두 정상이 FTA, 북핵문제, 비자면제프로그램 등 3대 의제에 대해 군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의견 일치를 보여 회의시간이 짧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한미 간에는 회담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부족할 만큼 현안이 많다. 두 정상이 북핵 문제에 대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지만 북한이 신고에서 빼놓은 핵무기에 관해 앞으로 실질적인 검증을 해나가는 문제에 대해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의지가 약하다.

어차피 이번 회담은 당장 결정할 것은 없는 회담이었던 만큼 두 정상은 짧게 만나 웃으면서 헤어졌다. 그러나 올 하반기 한미관계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기가 결코 쉽지 않은 여러 가지 고비들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