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쉬고 있는 개그맨에게 꿈과 희망을 달라"고 부르짖었던 코너 '희망 프로젝트'가 지난주 종영했다. "시간당 3800원에 찾아갈 테니 불러만 달라"던 절규도 흘러간 메아리로 남게 된 것이다. '우리도 좀 먹고 살자!'며 머리에 붉은 띠를 둘렀던 개그맨 박휘순, 권재관, 박나래, 이원구는 "개그 소재로 삼기엔 내용이 너무 우울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코너를 끝내게 됐다"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우울해서' 종영했다지만, 시청자들은 정작 그 '아픈 웃음'에 열광했던 모양이다. '개그콘서트' 홈페이지 게시판엔 "코너를 계속 방영해 달라"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줬던 개그'(시청자 김원미), '88만원 세대인 우리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줬다'(시청자 이근주) 같은 글도 눈에 띈다.
웃음은 이런 식이었다. 방송 나온 지 5주 만에 출연료를 받은 이원구는 "어제 택시비 1900원이 나왔는데 2000원을 내고 '100원은 안 주셔도 돼요'라고 말하는 사치를 다 누려봤다"며 감격해 하고, 박휘순은 "방송이 없는 1년 동안 영등포를 돌며 폐휴지를 수집하고 지하철 순환선을 돌며 석 장에 1만원짜리 CD를 팔았다. 한참 잘 나갈 때 내게 사랑을 고백했던 신봉선을 거절한 걸 요즘 뼈 저리게 후회한다"고 토로한다.
권재관은 "모두 실제 경험담에서 나온 얘기"라며 "방송국 경비아저씨가 저를 보고 잡상인인 줄 알고 못 들어가게 막은 사연이나, 어머니가 '까다로운 변 선생'에 나온 저를 보고도 '너 닮은 애가 텔레비전 나온다'고 했던 사연은 너무 슬퍼서 못 써먹었다"고 웃었다.
동료 개그맨들도 이 코너가 없어진 걸 아쉬워한다. "사장님 나빠요!"라는 유행어로 유명해졌지만 요즘은 TV에서 보기 힘들어진 '블랑카' 정철규, "나가 있어!" 한마디로 인기를 휩쓸었지만 2년째 방송이 없어 전업주부로 살아왔다는 '세바스찬' 권혁필도 이 코너를 통해 다시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박휘순은 "출연하고 싶어하는 선후배 동료가 많았는데, 이들을 다 무대에 세워주지 못한 게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희망 프로젝트' 팀은 "시간당 3800원에 불러주면 어디든지 가겠다"던 공약도 실제로 지켰다. 조류독감으로 장사가 망했다는 닭집 아저씨의 사연을 듣고 찾아가 시간당 3800원을 받고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도 하고,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신혼부부를 위해 경기도 성남까지 내려가 '바람잡이' 노릇을 한 적도 있다. 권재관은 "가끔 고맙다며 네 명 일당으로 10만원을 주시는 분도 계셨다"며 "박나래씨는 이렇게 번 돈을 매주 모아서 성형수술에 실패한 얼굴을 다시 고쳐보겠다는 꿈에 부풀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휘순은 "'희망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잊혀진 개그맨들을 위한 프로젝트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재기를 위해 오늘도 밤새 각본을 짜고 연습하는 동료들을 위해 또 다른 무대를 나중에라도 꼭 만들어 보려고요. 오늘도 눈물 젖은 빵을 먹는 모든 개그맨을 위해 묵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