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이 강남 못지않은 '교육특구'가 되길 손꼽아 기다립니다."(천희원 이사장)
서울 금천구가 달라지고 있다. 현재 금천은 서울 25개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낮은 데다 강남의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면서 소외감은 더욱 깊어졌다. 보다못한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가난한 금천을 바꾸는 강력한 무기는 교육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금천미래장학회'를 설립했다. 여기다 구청이 큰돈을 보탰다.
장학금은 성적이 뛰어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포기할 처지에 놓인 학생들을 위해 쓰인다. 지난 5월 29일 장학회를 창립하며 첫 장학금 수혜자를 배출했다. 금천에서 배우고 자란 고교생 18명과 대학생 10명에게 3800만원을 전달했다. 1명당 평균 135만원이 주어진 셈이다. 장학금을 받은 호서대 패션학과 1학년 장세진(19)양은 "생각지 못한 장학금을 받고 놀랐다"며 "금천의 교육환경이 좋아져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장학회는 금천에서만 50년을 살았다는 토박이 천희원(79)씨가 이사장을 맡으면서 꾸려졌다. 천 이사장은 "금천의 교육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주민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장학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시대이지만, 금천에서 용(인재)을 키워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천미래장학회는 지금까지 8억2000만원을 모았다. 이 돈은 금천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주민들이 합세해 마련한 돈이다. 구(區)살림살이도 빠듯하지만, 지난해 경상경비 예산을 줄여 3억5000만원을 출연했다. 지역 주민, 상인, 사업가들도 십시일반 1억8590만원을 거뒀다. 그러자 올해 구 예산에서 다시 2억5000만원을 떼냈다. 금천구 이재길(52) 사회진흥팀장은 "금천의 교육환경이 낙후됐다는 인식을 털어내기 위해 매년 구 예산을 쪼개 장학금으로 금천 학생들을 도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금천미래장학회 '개미 후원인'은 현재 1700여 명이다. 처음엔 구청 공무원 600여 명이 주머니를 털어 시작됐다. 몇 달 만에 3배 가까이 '개미'가 불었고 이들이 낸 돈만 3900만원이 넘었다. "가난한 학생을 위해 쓰라"며 매달 1000원씩 내는 이도 있고 많게는 5만원을 기탁한 주민도 있다. 그야말로 개미의 힘이다. 이재길 팀장은 "서울시내 장학회가 많지만 금천처럼 주민들이 개미처럼 모여 장학금을 내는 경우는 없었다"고 귀띔했다.
장학회는 목표를 크게 잡았다. 앞으로 1년에 10억원씩, 10년 동안 기금 100억원을 조성할 생각이다. 금천 주민 모두가 후원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가구 1계좌 갖기 운동'을 진행 중이다. 천 이사장은 "금천의 교육을 바꾸겠다는 주민들의 열의를 모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자신했다. 만약 100억원의 종자돈이 모인다면, 할 수 있는 교육사업이 많다. 아득한 희망이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다.
금천에서 30년을 살며 2남1녀를 키웠다는 배춘자(55·금천미래장학회 이사)씨는 "금천의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시선이 안타까워 장학회에 참여했다"며 "둘러보니 성적이 뛰어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가정이 참 많더라"고 했다. 후원 문의 (02)890-23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