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이 지난 2005년 국세청을 상대로 2000억원에 달하는 세금 환수 소송을 벌이던 중 556억원만 돌려받기로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하면서, 당시 KBS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3일 KBS가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에 제출한 2003~2005년 3년간의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KBS 이사회는 이를 정식 안건으로 다루지 않았다. 공발연은 "KBS 제출 자료에는 소송 당시 이사회가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사실상 소송 절차가 마무리된 후인 2005년 11월 임시이사회에 '세무소송 조정 경과 보고'란 안건으로 올라 있었다.
공발연은 지난달 KBS와의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아 이날 KBS로부터 의사록 등 자료 일체를 전달받았다. 현재 정 사장은 2005년 국세청 세금 환수 소송과 관련 회사에 거액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지만,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공발연 공동대표인 김주원 변호사는 "이런 거액의 액수에 대해 결정하면서 최고 의결기관인 KBS 이사회의 승인이 없었다면 정관을 어겼거나 불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가 이날 제출한 정보 공개 자료에는 당초 공발연이 요청한 세부 내용이 빠져 있어 '속 빈 강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이 임명되던 시기인 2003년 3~4월 이사회 의사록에는 대화록 자체가 빠져 있었으며, KBS가 외주제작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지 여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요구한 외부 제작 상세내역에도 방영 횟수 등 구체적 내용 없이 프로그램 제목과 가격 등만 나타나 있었다.
2004년 '탄핵방송'은 사회적으로 편파 방송 논란이 크게 일었지만, 이 역시 이사회 안건에 없었다. 공발연은 KBS가 법원의 판결을 무시했다고 보고, 시청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구체적 정보를 얻기 위해 '강제집행'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