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효 (사)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 명예회장

지난 4월 처음 발생한 후, 한 달여 만에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도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이달 들어 기세가 꺾이면서 특별방역활동이 6월 29일부로 해제되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5월 말 현재까지 33건이 발생해 그동안 살처분된 누적규모는 680만여 마리, 살처분 보상금도 54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AI의 최대 고비는 넘겼다고는 하나 살처분한 조류의 비위생 매몰문제가 현안과제로 남아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살처분된 비위생 매몰지역의 상당수 현장에서는 가금류의 혈액이 섞인 침출수가 땅 위로 흘러나오고, 일부 지역에서는 해충의 발생과 침출수가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고 한다. 사체 속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잠재적으로 잠복해 있다가 지하수나 먼지 등을 통해 사람에게까지 오염시킬 개연성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지자체는 매몰지역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위생 및 지하수의 오염상태, 지하수를 음용하는 주민의 식수 및 주변 상수원에 미치는 영향, 토양·지하수에서 조류바이러스의 검출여부 확인 등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후관리를 서둘러야 한다.

차제에 관련 제도 역시 보완해야 한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는 사체의 처리방법을 소각이나 매몰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매몰의 경우 현재의 기준이 세부적이고 명확하지 않아 법을 집행해야 할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조차 시행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악취 및 주변지역의 토양·지하수 오염방지를 위한 보다 안전한 매몰을 위해서는 폐기물관리법에 준하는 위생매몰이 되어야 한다. 즉 바닥과 벽면에 차수재나 일정 두께의 비닐을 깔고, 토양미생물에 의한 동물사체의 분해를 촉진하기 위하여 동물사체 일정 깊이당 일정 두께의 토사를 처리하고, 사체의 매몰로 발생되는 침출수와 유해가스의 관리를 위해 일정규격의 유공관과 가스배관 그리고 침출수 집수조와 가스배출관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처리량에 따른 매립지의 적정 규격도 제시되어야 한다.

사체의 살처분을 위한 소각처리 시에도 현재의 기준은 소각 시 발생되는 악취나 주변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사체를 태워 없애는 방법 위주로 되어 있는데 이 방법보다는 폐기물관리법상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각처리방법을 준용해야 한다. 가축전염병의 발생빈도가 높은 지자체의 경우, 발생 후 매몰장 확보를 위해 허겁지겁 대처하는 것보다 미리 예비 매몰장을 확보하여 AI 발생 시 즉각 대처하고, 다른 주변 지자체에서 그 매몰장을 이용할 경우 비용을 받고 처리해 주면 지자체 간 서로 윈윈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사후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일정기간 후 매몰지역에서 AI의 병원성이 없어지고 사체가 완전히 분해되면 매립장 내의 토양은 다시 비옥하게 되어 농경지로 재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