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가 27일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를 앞두고 격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로버트 무가베(Mugabe·84) 대통령 지지자들이 야당 지지자에 대해 무차별 폭력을 가하면서, 1차 투표에서 득표 1위를 했던 야당 민주변화운동(MDC)의 후보인 창기라이(Tsvangirai)가 네덜란드 대사관으로 피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3일 짐바브웨에 공정한 대통령선거를 촉구하는 의장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의장성명에서 "일련의 폭력과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억압으로 인해 결선투표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없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결선 투표를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짐바브웨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의 고든 브라운(Brown) 총리도 23일 "무가베는 짐바브웨의 합법적 리더가 아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영국 일간지 타임스는 영국이 짐바브웨에 대한 군사 행동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짐바브웨는 지난 3월 대선을 치렀다. 당시 창기라이(Tsvangirai) 후보가 무가베 대통령을 눌렀으나, 과반수 득표에 실패해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때부터 정치 폭력이 기승을 부려, 야당 MDC는 "1차 투표 이후 창기라이 지지자 86명이 살해됐고 1만 명 이상이 다쳤으며, 20만 명이 추방당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결국 창기라이는 22일 "선거폭력이 횡행해 공정 선거를 보장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27일의 결선투표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나 짐바브웨 경찰은 23일 MDC 당사를 급습해 60여 명을 연행했다. 창기라이 대표는 이날 네덜란드 대사관으로 긴급 피신했다.
무가베는 애초 짐바브웨 독립운동을 주도한 '해방 영웅'이다.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다. '독재자'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국제사회의 평가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2000년 백인 소유 농장에 대한 강제 국유화 조치를 단행하면서 서방 사회와 충돌을 빚었다. 경제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민심도 이탈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규탄 성명 이상의 적극적 개입은 쉽지 않다. 짐바브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연합(AU)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중재로 '무가베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 쿠말로(Kumalo) 주(駐)유엔 남아공 대사는 "(강력히 개입하자는) 영국의 주장은 아프리카의 중재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의미인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