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짜릿한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는 유로 2008에서 '작품상'을 선정한다면 어떤 승부가 꼽힐까. 후보작은 많다. 후반 추가시간에 뽑아낸 역전 골(조별리그 스위스 전), 후반 30분 0―2 상황에서 세 골을 퍼부으며 얻어낸 8강 진출(조별리그 체코 전), 경기 종료 7초 전 터져 나온 극적인 동점골(크로아티아와의 8강전) 등…. 놀라운 건 이 모든 것이 터키의 작품이란 사실. '역전의 왕(comeback king)' 터키가 이번엔 '14인의 기적'에 도전한다.
터키와 독일이 26일 오전 3시45분(KBS2 생중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유로 2008 4강전에서 맞붙는다. 객관적인 전력은 역대 세 번의 우승을 자랑하는 독일의 우세. 주장 미하엘 발라크를 중심으로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고 있는 독일은 골잡이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가 버틴 공격진이 위협적이다. 별다른 전력 누수도 없는 상황.
반면 터키는 '혈전'을 벌였던 후유증을 톡톡히 앓고 있다. 23명의 엔트리 중 정상적으로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가 14명밖에 남지 않았다. 다급해진 터키는 UEFA(유럽축구연맹)에 선수 추가발탁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터키의 영자신문 터키시 데일리 뉴스는 "부상과 징계가 터키를 짓누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회 두 골을 터뜨린 아르다 투란과 툰차이 산리, 엠레 아시크가 경고 누적으로, 주전 골키퍼 볼칸 데미렐은 조별리그 체코 전에서 받은 레드 카드 때문에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다. 엠레 벨로졸루와 엠레 귄괴르, 세르벳 체틴, 튀메르 메틴 등은 부상으로 출전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며 체코 전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을 잇달아 터뜨리며 터키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니하트 카베치는 오른쪽 대퇴부를 다치며 아예 짐을 싸서 터키로 돌아갔다.
"후보 골키퍼를 필드 플레이어로 기용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파티흐 테림 터키 감독은 "11명이 그라운드에 있는 한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크로아티아 전 동점골의 주인공 세미흐 센투르크는 "모두가 독일의 승리를 예상하지만, 그 사실이 우리에게 큰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3시45분(SBS 생중계)엔 거스 히딩크의 러시아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결승행을 노린다. 러시아를 축구의 물결로 뒤덮은 히딩크가 한국을 이끌고 스페인을 물리쳤던 2002 월드컵의 명장면을 재현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