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잘못했다면 문제를 해결해야죠. 하지만 시위대가 점점 공격적이고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한국말 모르면 아가리(입) 닥쳐!"

지난 20일 밤 10시30분쯤,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한 20대 여성과 촛불시위 참가자 사이에 '일 대 다(多)'의 말싸움이 벌어졌다. 자신을 한국미국인이라고 소개한 신모(24)씨는 호텔 앞을 지나가다 "조선일보 폐간하라"고 외치는 시위대를 보고 서툰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가며 말했다.

"(시위대 여러분은) 이명박 대통령과 조선일보에 관련된 건 무조건 비난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선동하지 마세요."

그러자 20여명의 시위대가 그를 에워쌌다.

"한국말로 해라." "미국에나 가라, 상대하지 말자."

한 시위자는 신씨의 얼굴에 삿대질을 하고 어깨를 밀치기까지 했다. 신씨는 호텔에서 덕수궁 대한문(大漢門) 앞까지 300m 남짓한 거리를 가는 데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시위대가 그를 둘러싸고 설전(舌戰)을 벌이느라 놔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일 이명박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회견에서 서울외신기자클럽 임연숙 회장(싱가포르 CNA방송 기자)은 "미국과 다시 협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지, 제3국에 한국이 어떻게 비칠지 부정적 우려는 없는가?"라고 질문했다.

외국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 신분으로, 외국에서 관심을 갖는 당연한 질문을 한 것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전혀 뜻밖이었다. '외국인인 척… 노트북도 없이 종이 쪼가리 하나 들고 와서 영어로 질문했다' '영어 한다고 자랑하네' '임연숙과 이명박의 짜고 치는 고스톱' 등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었다. 주변에서는 임 기자가 심리적으로 몹시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임 기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뭐라고 말을 해서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