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동생 재우(73)씨가 설립한 회사의 실질적인 1인 주주는 노 전 대통령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김용대)는 노 전 대통령이 "동생에게 맡긴 비자금 120억원으로 설립된 냉동창고회사 ㈜오로라씨에스의 서류상 주주인 재우씨 등이 주식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낸 가처분(본안 소송 전 임시로 내리는 결정)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8일 밝혔다.
재우씨는 "어머니를 모신 대가로 형으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은 돈을 준 것이 아니라, 관리를 맡겼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노 전 대통령은 동생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재산싸움에서 1승(勝)을 거두게 됐다. 법원이 일단 재우씨 등의 주식 처분을 금지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함께 제기한 본안소송인 '주주확인 소송'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 재직 시절 비자금 5000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1997년 2629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은 노 전 대통령은 동생으로부터 비자금을 되찾아 미납한 추징금 343억원을 내겠다며 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내지 않더라도, 자녀가 납부 의무를 대신 지는 것은 아니어서 친동생과 치열한 소송을 벌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현재 언어장애, 운동 장애를 동반하는 '소뇌 위축증'이라는 희귀병을 앓는데다 갈수록 건강이 악화되고 있어 소송을 주도할 형편도 아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가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만약 소송이 끝나기 전 사망할 경우, 진행 중인 소송을 법적 상속인이 수계(受繼) 받을 수 있다.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되찾은 재산을 미납한 추징금으로 납부할지, 상속 절차를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승소해서 얻을 수 있는 재산은 회사 총 주식 56만주로, 액면가 총 28억원. 그러나 업계에선 주식의 실제 가치는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조카 호준(44)씨가 자기 소유 회사로 빼돌렸다는 ㈜오로라씨에스 소유의 110억원대(감정가) 부동산은 시가가 10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추징금을 내고도 남는 금액이다.
동생 재우씨는 패소할 경우,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검찰 측이 이미 재우씨로부터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건네 받은 비자금 120억원과 이자 등 300여억원에 대한 채권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우씨는 소송에서 지면 회사를 뺏길 뿐만 아니라, 300여억원의 채무 부담은 그대로 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