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서울 충정로에 가 본 천경자 화백의 그림들은 마음에 파문을 일으켜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두상' '장미와 여인' 등 액자 속을 가득 메운 여인 얼굴의 개성있고 강렬한 이미지와 꽃들을 보며 '여성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느꼈다.

이처럼 그림은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의 움직임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작가와 작품의 의미에 대한 탐구도 가치있는 일이지만, 그저 그림을 보고 마음에 와 닿는대로 느끼는 것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 마침 경기도 미술관들에 대형 전시회와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 그림들은 어떤 느낌을 줄까?

◆어린이 벽화 프로젝트

경기도 미술관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설치작가 강익중의 어린이 벽화 프로젝트 '5만의 창, 미래의 벽'을 기증받는다. 오는 9월 경기도미술관 1/2층 통로벽에 전시될 이번 프로젝트는 가로 64m, 세로 14m에 이르는 초대형 벽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최남단 마라도에서 최북단 민통선 마을까지 도서산간지역을 포함한 전국 5만 여명의 어린이들의 꿈이 담긴 그림과 오브제들을 모아 벽화로 설치한다. 강 작가는 "3인치×3인치 그림 5만개가 만들어내는 창은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에게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체험을 통한 치유의 효과를 줄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 재소자, 장애인 등 사회 소외계층이 함께 참여해 어린이 그림을 통한 미술치료의 효과뿐 아니라 사회 화합의 의의도 찾을 수 있다. 오는 9월7일 제막식이 열린다.

◆최고령 화가의 대작 '한려수도의 추상적 풍경'

용인에 있는 ICAM 이영미술관에서는 오는 8월 31일까지 '한국 현대 미술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주제로 현역 최고령 화가인 전혁림(94) 화백 등의 대표작을 소개한다. 한국적인 전통과 미세계가 현대 미술에서 재창조된 한국 미술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통영에서 태어나 한평생 고향을 지킨 전혁림 화백의 대작 4점이 걸린다. 가로 7m, 세로 2m짜리 유화 '한려수도의 추상적 풍경'과 함께 가로·세로 12㎝짜리 목기 1050점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설치작품 '새 만다라' 등을 볼 수 있다. 전 화백은 '색채의 마술사' '바다의 화가'로 불리며 한국적 색면추상의 선구자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풍경화에 나타나는 그리움

롯데화랑 안양점은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울림 -그리움, 박병훈展'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 박병훈은 계절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감성적인 풍경화를 선보인다. 구상과 추상을 융화시키고 색감을 절묘하게 표현한 표현주의적 작품들로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제시한다.

특히 일상에서 가까이 있지만 지나쳤던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여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따뜻함을 표현하려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림움의 대상인 숲과 나무를 마음의 원형으로 정체성을 찾기 위한 숲과 나무의 울림을 그림에 담았다.

◆일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네거티브' 세계로의 여행

경기도미술관은 오는 7월6일까지 '이미지 반전(Negative Images)'전(展)을 연다. '이미지 반전'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에 숨어있는 네거티브의 세계를 미술의 언어로 재발견함으로써 익숙함 속의 낯설음을 마주하게 하고 네거티브라는 조형세계를 탐색해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과 확장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미지의 반전'은 빛과 움직임을 통해 가시적인 공간과 비가시적인 공간을 체험해 새로운 시각과 촉각의 경험을 제공한다. 충격, 역설, 흔적, 무의식의 4가지 주제로 나누어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