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작가 카프카는 큼직한 눈망울만큼이나 마음이 따뜻했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베를린 슈테글리츠 공원을 산책하다가 울고 있는 여자 아이를 만났습니다. 아이는 인형을 잃어버렸다고 했습니다. 카프카는 아이를 달래려고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지어냈답니다. 인형은 여행을 떠났을 뿐이며, 자기에게 편지를 보내왔다고요. 아이가 관심을 보이자 카프카는 다음날 편지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후 몇 주 동안 카프카는 계속 새로운 편지들을 썼습니다. 인형의 모험담을 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카프카는 인형이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마지막 편지를 마무리했습니다.

카프카가 쓴 인형 이야기는 아쉽게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 씌어졌지만, 이 작품이 전해졌다면 《변신》이나 《성》같은 소설을 뛰어넘는 대표작이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번 주 문학동네에서 나온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은 작가가 자기 손으로 원고를 불태웠거나 불의의 사고로 잃어버리는 등 갖가지 이유로 후대에 전해지지 않는 작품의 뒷얘기를 소개합니다.

헤밍웨이도 젊은 시절, 원고를 몽땅 잃어버린 일이 있습니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1923년 스위스 로잔에 취재 갔던 헤밍웨이는 틈이 났던 모양입니다. 아내에게 파리 집에 있던 작품 초고들을 로잔으로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파리 리옹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가방을 도둑맞았습니다. 헤밍웨이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얘졌습니다. 훗날 헤밍웨이는 원고를 잃어버린 게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고 말했답니다. 문체를 세련되게 다듬고 간결하게 쓰는 법을 익혔다는 겁니다. 때론 말하지 않는 것이 장황한 설명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거지요.

작가 스스로 원고를 없애버린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제임스 조이스는 1904년 눈병으로 눈이 멀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한 절망,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개인 교사 일에 대한 싫증 때문에 2000쪽에 이르는 《영웅 스티븐》 원고를 불 속에 던져 넣었습니다. 다행히 훗날 조이스의 아내가 된 노라가 가까스로 300쪽 분량을 수습해 1916년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문학사의 비화(�話)를 읽는 재미가 탐정소설 못지않게 쏠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