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를 가장 비싸게 보는 도시는? 정답은 '서울'이다. 본지 공연팀은 작년 말부터 올 말까지 1년간 베를린 필의 공연이 있는 세계 8개 도시의 티켓값(VIP석)을 조사했다. 서울이 45만원으로 뉴욕의 2배, 베를린의 4배에 육박했다.

베를린 필(지휘 사이먼 래틀)은 오는 11월 20~21일 내한 공연을 갖는다. 최고 비싼 티켓값은 2005년 때와 같은 45만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11월 23일부터 일본서 열리는 베를린 필 최고 티켓값은 4만엔(38만원), 최저 가격은 1만6000엔(15만원)이다. 같은 공연인데 한국이 일본보다 7만원 가량 비싸다.

베를린 필의 공연을 세계에서 가장 싸게 볼 수 있는 곳은 물론 '홈 그라운드'인 베를린이다. 협연자와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가장 값비싼 티켓도 58~78유로(9만2000~12만원) 가량이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보조금 덕분인 점도 있다.

작년 11월 두 주 동안 뉴욕에서 열렸던 '베를린 인 라이츠(Berlin in Lights)' 축제 당시 베를린 필의 티켓값도 최고가를 210달러(21만원)에 맞췄다. 공연 횟수를 늘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유독 내한 공연의 티켓 가격이 높은 이유는? 국내 공연계는 세 가지 원인을 지적한다. 우선 ▲유료 관객이나 공연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내한 공연 횟수가 1~2차례에 불과하다. 당연히 회당 공연에서 항공료·숙박비 등 부대 비용의 비중이 높다. 일본의 경우, 해외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보통 7~10회에 이른다. 또 ▲공연 횟수가 적기 때문에 국내 기획사가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연주료(개런티)를 놓고 다툴 때 협상력이 떨어진다. ▲국내 기획사가 너무 많아 과잉 경쟁이 빚어질 때도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씨는 "내한 공연 티켓값이 치솟는 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유독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공연만 '고가 명품'처럼 인식하거나 음악보다 티켓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