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철야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7일 새벽 2시쯤 서울 신문로 구세군회관 옆 2차선 도로에서 전경버스로 된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일부 시위대가 경찰 버스에 밧줄을 묶었다. 경찰은 절단기로 밧줄을 끊으려 했다. 그러자 한 20대 남성이 경찰의 절단기를 빼앗아 경찰이 타고 있는 버스 유리창을 깨기 시작했다.

순간 시위대에서 "비폭력, 비폭력"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시위 참가자 3명이 달려들어 그 남자의 손에서 절단기를 빼앗았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난이 압도해왔던 촛불시위 현장과 인터넷 공간에서 "시위대의 폭력도 안 된다"는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는 시위 방식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촛불집회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시위 참가자들은 '폭력'과 '비폭력', '청와대 진출'과 '진출 반대' 의견이 맞서며 조금씩 분화(分化)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에는 '평화 집회'를 지지하는 사이버 서명 운동도 확산되는 중이다.

지난 7일 밤 11시쯤 세종로 이순신 동상 앞에서는 시위대가 깃대와 사다리로 경찰 버스를 공격했다. 그때 예비군복 차림의 남자들이 뛰어나와 막아 섰다. 경찰 버스를 공격하던 사람들은 "경찰의 프락치 아니냐" "청와대에 가야 대통령이 우리 목소리를 들을 것 아니냐"고 비난했지만, 이들은 "그만하자. 폭력을 휘두르면 우리 순수성만 훼손된다"며 그들과 맞섰다. 이들의 설득은 금방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날 현장뿐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도 "시위대의 폭력에 반대한다"는 주장이 뚜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촛불시위의 '사이버 진원지'로 평가 받는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 게시판 '아고라'에서도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는 시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박종무'라는 네티즌은 '폭력적으로 변한 촛불집회를 반대한다. 촛불집회를 하는 건 한총련, 극좌세력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는 글과 함께 '비폭력 촛불집회' 청원운동을 제안했다.

또 다른 네티즌의 "우리는 전경과 싸우자고 집회에 나가는 게 아니다. 평화 집회의 본 의도를 잊지 말자"는 서명 제안에는 1만명이 넘게 동참했다.

'청와대 진출파'와 '진출 반대파' 간의 논쟁도 뜨겁다. 한 네티즌이 "왜 꼭 청와대까지 진출해야 하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자, '짐승이라오'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대통령에게 항의하려면 시청 앞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해야 한다"며 청와대 진출을 고집했다.

자신이 직접 찍은 동영상으로 폭력시위를 고발하는 네티즌도 늘고 있다. '몽구'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전경버스 부수고 격렬하게 시위한 분들 옆에서 보니…'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그동안 격렬하게 해 왔던 촛불시위라고 한다면 버스 흔들고 타이어 바람 빼는 거 정도였는데, 왜 갑자기 공격적으로 돌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 동안 '평화시위 보장하라'는 외침이 무색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글은 하루 동안 조회수가 46만여건에 달했고, "어쩔 수 없는 싸움을 시위대 전체 책임으로 돌리느냐" "과격 시위야말로 청와대가 원하는 것"이라는 찬반의견이 이어지면서 댓글이 7000여개가 넘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경찰을 비난하고 시위대의 폭력을 합리화하려는 추세가 여전히 주류다. '아고라' 등에서는 쇠파이프 등을 동원한 일부 시위대의 폭력적인 양상에 대해 "경찰이 시위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프락치를 동원해 현장에 투입했다"는 주장을 담은 글과 사진이 계속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