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일부 네티즌에 의한 방송사 정당 경찰 등 주요 기관과 업체에 대한 홈페이지 해킹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SBS 드라마 '도쿄, 여우비'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한다' '쥐박이는 물러나라' 등 공지사항이 떴다. 누군가 몰래 접속해 글 제목을 바꿔놓은 것. SBS는 이날 밤 9시30분쯤 이를 발견해 10시쯤 원상 복구시켰다. 얼마 동안 이런 허위 공지사항이 일반에 노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SBS 측은 "홈페이지 해킹이 아니라 관리자 권한을 가진 누군가가 회사 외부에서 접속해 글 제목을 바꿔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선 첫 화면에 '고양이 그림'이 뜨고 "명박이가 싫어요" 등의 글이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명의로 올라왔다. 전형적인 해킹에 의한 피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틀 뒤 해킹 혐의로 프로그래머 김모(37)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2일엔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홈페이지가 '공격'을 받았다. 첫 화면에 '북극곰 사진'과 함께 '때…때리면 아…아프다'라는 문구가 등장한 것. 최근 촛불시위 진압 과정에서 일부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한 항의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같은 날 한국맥도날드에선 홈페이지가 음란 사이트로 자동 연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맥도날드 측은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계 없다"고 했지만, '맥도날드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쓴다'는 말이 돌던 시점에 벌어져 '분풀이 해킹'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언론중재위원회가 공격을 받아 일주일 이상 홈페이지 게시판을 막아둬야 했다. 중재위 측은 "중국으로부터 해킹 공격이 있었지만, PD수첩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MBC가 중재위의 결정에 따라 'PD수첩'의 광우병 쇠고기 보도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해명을 방송해야 하는 날에 벌어져 해킹 공격을 받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지난 1~2일 잇따라 해킹을 당하면서,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사이트에 북극곰〈왼쪽〉이 등장했고,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는 고양이 사진〈오른쪽〉이 떴다.

한 보안업체 전문가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해킹사고는 초보자들이 장난으로 할만한 '스크립트 키딩(Script Kidding)' 수준"이라며 "이는 고등학생 정도면 누구나 인터넷에서 해킹 도구를 다운받아 손쉽게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정석화 경감은 "홈페이지 변조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행위"라며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선 해킹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이들 기관과 업체의 이름이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