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최근 (정국이) 왜 이렇게까지 됐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한마디로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私有化)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고위층 A씨, B·C 비서관, 한나라당 D 의원을 '국정 난맥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청와대 세 사람은 대통령의 인사를 보좌해온 사람들이고 D 의원은 이들의 중심에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정 의원은 이들에 대해 "A씨는 구한말의 민비(閔妃)처럼 2인자 행세를 하고 있고, B 비서관은 이간질, 음해, 모략의 명수로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D 의원은 부작용이 있어도 권력만 장악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결국 정 의원 얘기는 대통령의 인사 실패가 이들의 전횡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B 비서관으로 지목된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은 다른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 의원 얘기는 인격 살인"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정 의원 주장에 대해 여권 내에선 "말은 맞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권력 투쟁이고 이전투구"라는 비판이 같이 나오고 있다. 지금 벌어지는 양상은 분명히 권력투쟁의 모습이다. 정 의원과 같은 당내 소장파들과 D 의원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일부 실세, 여당 중진들 간의 갈등은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돼 지난 총선 직전엔 한나라당 의원 50여 명이 D 의원에게 불출마를 요구하는 사태로 불거졌었다.
여권 내 상당수 사람들이 "모두가 알면서도 감히 말하지 못하던 것을 정 의원이 공개적으로 한 것일 뿐"이라고 하고 있는 것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 취임 전부터 인사권을 둘러싼 일부 실세들의 전횡에 관한 무성한 얘기가 시중에 떠돌았고, 그것이 이 정권의 인사에 대한 국민 불신을 증폭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취임 100일 만에 조로(早老) 정권의 갖가지 증상을 노출하면서 벼랑 끝에 몰리다시피 한 이명박 정권의 실패가 취임 초의 인사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정 의원 발언에서 드러난 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이 이 정권 실패의 근본 원인인 셈이다.
정 의원에 따르면 자신이 4·9 총선 전에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에게도 상황을 전했지만 이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펄쩍 뛰었다고 한다. 정 의원은 "대통령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다는 뜻"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인(人)의 장막에 가려 눈과 귀가 어두워졌다는 것인데 도저히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얘기다. 이명박 정권이 현 위기를 딛고 진정한 재출발을 하기 위해서도 정 의원 발언의 진상 규명과 함께 그 시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